세계적인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도 인공지능(AI)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한국에서 연구 인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 AI 생태계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 확보 문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굴지의 IT 기업들은 AI를 미래 기술로 점찍고 우수 인력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보스턴시에 있는 자사 AI 연구개발 기지 '테크 허브' 인원을 2000여명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미 이 연구소에 1200명 직원들이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기존 직원을 훌쩍 뛰어넘는 연구원 수를 확보해 기술 선점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보스턴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하버드 대학교 등 세계적인 명문 사학이 몰려있는 만큼 우수 인력 영입이 유리한 점도 확장 결정을 북돋은 것으로 풀이된다.
IT 공룡 기업들은 해외 인재를 키워서 자사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와 올해 중국과 인도까지 AI 랩을 신설하면서 아시아 지역 인재와 협력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보탬이 되기로 약속했다.
세계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업체 엔비디아도 최근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협약을 맺고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AI 연구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다. 엔비디아는 '인셉션 프로그램'이라는 AI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100개 AI 관련 기업을 지원한다.
국내 대기업도 미국 기업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등은 세계 각지에 AI 연구소를 세우고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하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에서 충분한 인력 자원을 갖춘 다음 해외 기지로 뻗어나가는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국내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캐나다 AI 전문기업 '엘리먼트 AI'자료에 따르면 세계 정상급 AI 인력 2만2000명 가운데 46%인 1만여명이 미국에 포진했다.
반면 국내는 2022년까지 국내 AI 개발 인력이 7000명 넘게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관련 인력 시장이 열악하다.
해외 기업들의 전방위적 고급 인력 모시기에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AI 인력 규모가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를 이끌어갈 전문가부터 부족하다보니 인력 양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마저도 국내 AI 기업보다는 기술 수준이 나은 중국 AI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등 업계 투자도 정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래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산·학·연 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교수는 “산업 생태계 투자와 인력 양성이 맞물려야 한다”며 “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국가가 이끄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성을 잡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