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도전한다. 내년부터 국가 충전사업자 지정제도 폐지가 유력해짐에 따라 전국에 주차·물류·유통 거점을 갖춘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신사업 기회 발굴에 들어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휴맥스 등이 새해 전기차 충전서비스 시장에 출사(出師)한다.
충전사업자 대상으로 충전소 부지를 제공해 온 이마트는 충전 사업을 독자 형태로 추진한다. 최근 경영진 교체로 시장 진출 시기에 변수가 예상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생활편의 시설을 갖춘 만큼 고객과 연계한 각종 서비스 확충 계획은 확실한 상황이다. 호텔, 백화점 등 신세계그룹 전반에 걸친 시설망 확대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CJ대한통운은 각자 전국 물류 거점을 활용한 충전인프라 확대에 나선다.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 시장의 급성장으로 물류·지입·화물 운송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충전망 독자 구축은 물류 업계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국내 대표 유통업체와 냉장 전기차 배송서비스 구축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전력공사와는 상용 전기트럭 활성화를 위한 충전소 구축 사업에 협력키로 했다. 한전과의 충전인프라 구축은 내년에 시작한다.
CJ대한통운은 주력 사업인 택배 서비스와도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부터 강원도 횡성에서 충전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미 제주 지역을 대상으로 택배용 전기트럭 2대를 운용하고 있다. 충전인프라가 확충되면 다른 지역으로 전기트럭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택배 대리점에 전기차 충전소를 마련하면 전기트럭의 연료비 절감은 물론 대리점이 외부 차량에 서비스를 제공,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휴맥스는 최근 국내 최대 주차장 사업체인 하이파킹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전국 주차시설을 활용한 충전 사업을 추진한다. 휴맥스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충전 사업 모델 도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추진하는 건 매년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내년부터 국가지정 전기차 충전사업자 제도 폐지를 환경부가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매년 정부가 충전사업자를 선정해 온 것과 달리 시공·운영 능력 등 일정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물류·유통 등 전국망을 갖춘 롯데그룹이나 삼성그룹, LG그룹의 전담 충전 사업자도 등장할 공산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수가 내년에 15만대 이상 등 매년 약 10만대 늘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사업 부담이 적은 물류·유통 업체들이 충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전기차 수요가 대략 30만대 넘어설 때에 맞춰 지금부터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예의 주시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