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2018년에도 실시됐다. 당시 진단을 통해 대학들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Ⅰ·Ⅱ로 구분했다. 결과적으로는 진단 대상 대학 323개교(일반대학 187개교, 전문대학 136개교)의 64%인 207개교(일반대학 120개교, 전문대학 87개교)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또 2단계 진단을 실시한 86개 대학 가운데 66개교(일반대학 30교, 전문대학 36교)는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됐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는 두 유형 포함 20개교(일반대학 10개교, 전문대학 10개교)가 선정됐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앞서 2015년에 이미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실시됐다. 당시 대학 정원 축소에 평가 주안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전국 대부분 대학을 대상으로 2만4000명 감축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2018년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정원 감축을 권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실상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같은 대학 평가나 진단의 근저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탓에 2018년 진단 당시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지방 대학의 진단 결과였다. 전체 자율개선대학(207교)에서 지방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64%(132교)인 반면에 당시 전체 진단 대상 대학 가운데 지방 대학이 차지한 비중이 65.5%인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균형은 맞춰졌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8월에 발표된 2021년 진단(안)의 경우도 2018년 진단과 몇 가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정원과 관련해서는 인위적인 정원 감축보다 대학 자율성에 기반을 두도록 하고, 지방 대학에 대해서는 5대 권역을 구분해서 권역별 접근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제시한다.
단지 이번 시안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진단 지표 가운데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확대하고,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해 일정 이상 충원율이 유지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위적 정원 감축을 지양하되 대학이 '적정 규모화' 과정을 통해 점진적이나마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 구조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된다.
실상 이런 정책을 보는 전문가이나 대학의 시각차가 클 수밖에 없다. 정원 감축을 포함한 '대학 자율 혁신'을 선호하는 입장도 있는 반면에 이제 몇 년 앞으로 다가온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미충원 문제가 지방 대학과 전문대학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가칭)'을 신설해 지역 내 대학을 기능·역할 중심으로 지원하고,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고등교육기관 관점에서 기능을 정립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정부도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정책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이번 진단(안)에 반영하려 노력한 결과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지 못했거나 간과한 사안들이 아쉬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분명 인구 정책이었고, 그런 만큼 학령인구 감소나 대학 정원 조정도 빗겨갈 수 없다. 다양한 시각이 있는 만큼 정부가 내놓을 대안도 녹록하지 않겠지만 그런 만큼 미래 대학의 역할을 보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비전이 필요하다. 종국의 정책 대안은 공감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