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둔화의 여파로 지난해 자산 10조원 미만인 중견 제조업체 매출액 증가율이 대기업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기업 1차 협력업체들이 부진했던 탓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시험편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중견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1.4%로, 대기업(2.7%)과 중소기업(5.9%)을 크게 밑돌았다.
2017년 제조업 대기업 매출액증가율이 9.7%, 중견기업이 4.1%였던 것에 비해 격차가 늘어났다.
중견기업은 업종별 평균매출액이 400~1500억원을 초과하거나 자산총액이 5000억~10조원인 기업들 중에서 영리·비공공·비금융 기업을 의미한다.
특히 제조업에서 매출액 부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 중견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1.3%로 대기업(4.6%)과 중소기업(2.8%)보다 크게 낮았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중견기업은 지난해 5.0% 역성장했다. 1년 전 6.4%에서 2018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제조 중견기업 부진에 대해 한은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비중 18.6%, 증가율 0.4%), 1차 금속(11.2%, -0.2%), 전자·영상·통신장비(8.4%, -5.0%) 등 중견 제조업체 비중이 높은 업종들에서 매출액증가율이 낮은 데 주로 기인했다”며 “지난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이 호황을 누리면서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하반기부터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자 하청을 받는 중견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제조업에 속하는 중견기업들은 △대기업 1차 협력업체 △1차 금속 가공업체 △신발이나 식료품 등과 같은 경공업 업체 등의 비중이 높다.
반면 비제조업 중견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4%로 대기업(0.6%)과 중소기업(7.6%) 중간에 위치했다. 게임업체 등 정보통신업과 건설업들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 중견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보면 5.2%로 대기업(7.2%)에 비해서는 낮지만 중소기업(3.5%)에 비해서는 높았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에서도 비제조업이 제조업보다 사정이 나았다.
비제조업 중견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1%로 대기업(5.3%)와 중소기업(3.3%)을 넘었지만 제조업 중견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3%로 대기업(8.9%)에 비해서 크게 낮았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