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여야 합의가 우선”...11일 임시국회 본회의 취소, 여당 “13일 패트 처리”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 종료 다음날인 11일 임시국회가 소집됐지만 의사일정 등을 의결할 본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본회의 개의권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 협의가 우선이라며 시간을 두기로 결정하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기한은 하루 이틀 정도로, 13일에는 본회의를 열고 '4+1' 협의체 안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

한민수 국회대변인은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의장께선 강대강 대치 중인 여야가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라며 “여야 협의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본 뒤 (의사일정 등을 결정할) 본회의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한 뒤 하루 만에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문 의장은 전날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항의에 따른 충격으로 병원을 찾은 뒤 현재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2일 정도 여유를 두고 한국당과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을 만나 뵙고 본회의 일정 등을 어떻게 잡을 건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고 공수처 신설에 동의하면 나머지는 얼마든지 유연한 협상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 부분이 명확해지면 협상문이 더 열리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공수처 신설도 원천 반대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하나하나 장애물을 헤치겠다”면서도 “(상대가) 지연전술을 펴더라도 대화 문을 닫아걸지는 않겠다. 실낱같은 합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 시점을 13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과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바른미래당(당권파)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참여하는 '4+1' 협의체 논의 안으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 법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3~4일로 나눠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안은 다음 회기때는 즉시 표결에 붙이도록 돼 있다.

이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는 대로 선거법, 검찰개혁법을 비롯한 개혁 법안, 어제 처리하지 못한 민생 법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일괄 상정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전날 예산안 강행처리에 강력 반발하며 문 의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각오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512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눈 깜짝 할 사이에 도둑질 당했다. 국회 고유 권한이자 국회 존재 근거인 예산 심사권을 불법 예산 탈취기구인 4+1이 강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들이 어젯밤에 왜 기습적인 날치기를 했겠느냐”며 “결국 '국정농단 3대 게이트'를 비롯한 청와대발 악재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