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린 가운데 보건당국 조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중증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의심되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 업계는 정부가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국내 판매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153개 중 일부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포함한 유해성분 6종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10월 23일 범정부 부처 합동으로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한 뒤 유해성 여부 조사에 들어갔고 이같은 결과를 12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중증 폐 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와 이를 전자담배 액상에 첨가하기 위해 사용된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포함해 가향물질 3종, 용매 2종 등 총 7가지 성분이 대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폐 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검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CDC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환자로부터 추출한 샘플을 시험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끈적이는 점액성 형태의 물질로 폐에 달라붙는 특징이 있어 이를 흡입해 중증 폐질환이 발병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THC를 전자담배 액상에 첨가하기 위한 용매제로 사용됐다. 국내 전자담배 업계는 THC가 사용되지 않은 만큼 비타민 E 아세테이트도 검출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식약처 분석에서 검출되자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외 성분은 △식물성글리세린(윤활 및 보습제로 화장품과 비누 등에 사용) △프로필렌글리콜(무색 투명한 시럽상 액체로 빵의 신전제 및 보습제와 쇼트닝의 신전제로 사용) △디아세틸(발효의 천연적인 부산물로 커피, 버터, 치즈, 크림 등의 향료로 사용) △아세토인(디아세틸의 전구물질로 버터나 발효유의 향료로 사용) △2,3-펜테인다이온(아세틸프로피오닐로 항을 내는 화학물질)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저감화를 권고한 9가지 성분(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과 국제 암연구 기관(IARC)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6가지 항목들과는 차이가 크다. 이중 액상형 전자담배 위험물질로 꼽히는 디아세틸과 2,3-펜테인다이온의 경우 기도 섬모에 악영향을 줘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 궐련 담배에도 포함된 성분이다. 오히려 성분함량은 약 200분의 1 수준이다.
전자담배 업계는 식약처 분석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사용 중단 강력 권고 이후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결과 발표에 따라 업계는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사태를 맞거나 잘못된 정보에 따른 의혹에서 벗어날 전환기에 서 있다.
전자담배 업계는 과거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어 우려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 과정을 거치지 않아 타르가 발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니코틴을 제외한 모든 발생 물질을 타르로 규정해 '일반 궐련 담배보다 타르가 더 발생한다'는 식으로 호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반 궐련 담배와 비교해 유해성이 낮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왜곡해 액상형 전자담배도 유해하다는 식으로 여론 몰이를 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전자담배 총 연합회는 “더 이상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인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물질이 검출 됐다고 밝히며 제품과 검출량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정부는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는고 하는데 왜 제품을 공개하지 않느냐”며 “대기업인 궐련 회사들을 보호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소상공인과 국민들에게 증세를 하려고 하는 강력한 의심을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출된 제품명과 검출량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연합회는 “(제품을 공개할 경우)이를 모두 수거하는 것은 물론 검출량을 전 세계 허용수치와 비교해 국민들을 안심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