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AI)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 업적이 국내 AI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앨런 튜링 연구 성과를 계승한 앨런튜링연구소 핵심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정부와 헬스케어 분야 협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앨렌 세르원카 앨런튜링연구소 이사는 1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AI 전략을 고도화한다고 들었다”며 “양국 간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AI 인프라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앞서 있고 뛰어난 인재도 많다”고 치켜세웠다.
앨렌 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인문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스트런던대학 사회과학대 학장을 거친 뒤 앨런튜링연구소에 합류했다. 앨렌 이사는 “알츠하이머 예방·치료에는 두 나라 모두 관심이 많다”며 “헬스케어 분야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앨런튜링연구소 내 헬스케어 전문가 메이 용 선임연구원은 “헬스케어, 노화관련 데이터를 갖고 있는 한국 회사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UCL 암연구소에서 항체 요법 실험을 위한 데이터 표준을 작성했다.
앨런튜링연구소에서는 헬스케어와 AI를 융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핏빗을 포함한 스마트 밴드를 통해 실시간 건강정보를 수집, 맞춤형 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집안 곳곳에 센서를 부착한 뒤 거주자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텔레케어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메이 연구원은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보안 역량 강화에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앨렌 이사는 환경과 안전 분야 협력도 희망했다. 현재 추진 중인 공기 오염 저감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길 원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데이터 센추리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차량 통행량에 따른 다리 강도를 측정, 교량 수리 시점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앨런튜링연구소는 연구개발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는 데 속도를 낸다. 국가 간 협업 사례는 일본뿐이다. 빠르게 늘려갈 목표다. 앨렌 이사가 한국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과는 위험한 현장에 로봇을 배치하는 '로보틱스 AI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헬스케어, 노화 주제 연구에도 손잡았다.
앨렌 이사는 AI가 꽃을 피울 분야로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꼽았다. 추천이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AI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자 질병 이력만으로 생활패턴을 바꾸라고 조언하는 헬스케어 산업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영국 AI 산업 생태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규제 문턱이 높지 않은 국가였다”며 “AI 역시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연구원은 “연구소가 주도한 혁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가 내년 5월 마련된다”며 “한국 엔지니어를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앨런 튜링은 영국 컴퓨터 공학, AI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입지적 인물이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66년 제정된 튜링상은 컴퓨터 과학 분야 노벨상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50파운드 지폐에는 앨런 튜링 얼굴이 새겨져 있다. 앨런튜링 연구소는 2015년 설립됐다. 국립연구소로 운영 중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