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참여 절실한 M&A 시장

삼성벤처투자(SVIC)가 국내의 다른 벤처캐피털(VC)과 함께 인도의 여행 플랫폼 업체 해피이지고에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 다른 VC와 공동 투자한 데 이어 두 번째 투자다. 삼성이 투자한 해피이지고는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회사다. 모바일과 웹사이트로 간편하게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서비스를 한다. 2017년 설립 이래 벌써 1000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투자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온라인 여행 산업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SVIC는 올해 상반기에만 인도 스타트업 4개사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과 거대 시장이라는 인도의 매력이 투자처로 주목받는 것이다. 다른 VC의 인도 투자도 SVIC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이어 인도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VC 투자가 크게 늘었다. 국내 VC 생태계가 커졌다는 의미고, 한편으로는 국내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또 하나 국내 투자사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회수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상장(IPO)을 통한 투자 회수는 통상 10년을 본다. 7년 정도의 펀드 운용 기간을 따지면 사실상 한두 차례의 손 바뀜이 필요하다. 세컨더리펀드 등 일부 옵션이 있지만 기본 규모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 벤처 투자는 1개 성공으로 9개 실패를 만회하는 구조다. 이 때무ㅠㄴ에 1개 성공은 이른바 '대박'이 필요하다. 몇 번의 손 바뀜으로는 대박이 불가능하다.

결국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라는 묵은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M&A 활성화는 대기업의 시장 참여 없이는 어렵다는 전제로 이어진다. 각종 규제를 감안하면 기대조차도 헛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활발한 해외 투자를 보면서 국내 VC 생태계 성장에 따른 뿌듯함과 한계에 직면한 국내 시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