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저렴하게 질병을 진단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번에 성과를 낸 의료 영상기기에도 이런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홍효봉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로봇연구실 박사는 방사선을 대체하는 암 진단 기술을 국산화, 질병을 찾는 과정에 안전성을 높인 연구자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PET는 암과 같은 특정 질병을 찾는 데 최적화된 장비다. 다른 영상장비와 달리 이것만 활용해도 질병 확진이 가능해 의료 현장에서 각광받는다. 문제는 방사능 피폭 논란이다. 방사능 치환물질을 기반으로 질병을 찾아내게 돼 환자 건강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홍 박사는 연구팀을 이끌어 방사능 물질 없이도 질병을 찾을 수 있는 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그는 “기존 PET는 암세포가 방사능 치환물질을 먹은 뒤 방사선을 뿜어내는 것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산화철 입자를 쓴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필립스, 지멘스, GE 등이 관련 기술과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해외 어떤 기술보다 저렴한 장비를 구현할 수 있다.
관련 장비들은 전자석으로 큰 자기장을 형성, 산화철 입자가 방출하는 신호를 시각화하는데 전력 소모가 크고, 발열 문제로 별도 냉각장치도 필요했다.
홍효봉 박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 이미 자기장을 띠는 영구자석을 시스템에 더해 소모 전력을 줄였다. 전자석 역시 상황별로 키고 끌 수 있게 해 장비 발열, 냉각장치 활용도 최소화했다. 신호확보에도 여러개 주파수를 활용,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전력 소모도 줄였다.
홍 박사는 “해외 기업이 만든 것과 비교할 때 우리가 만든 기술은 많게는 120분의 1 이하 수준까지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며 “이런 차이는 보다 저렴하게 장비를 구현하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전 대비 훨씬 낮은 수준으로 장비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영상 확보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홍 박사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술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꿈꿔 이런 기술 개발에 나섰다. 최고 성능 수준을 구현하는 것보다, 적정 수준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잡는 연구가 더 도전 가치가 크다는 믿음도 있었다.
홍 박사는 “세계에서 의료기기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