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조치에도 올해 자동차 내수 시장 180만대의 벽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신차 교체 수요가 감소한 데다 인증 지연과 일본 불매운동 등 잇단 수입차 악재로 판매가 잔뜩 위축된 영향이다.
16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신차 누적 등록 대수는 163만5192대로 작년 동기(168만7278대) 대비 3.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가 1.7% 감소한 141만215대를 기록하며 선방한 반면 수입차는 10.5% 줄어든 22만4977대에 머물며 감소세를 부추겼다.
올해 월평균 판매 대수(14만8653대)를 고려해 남은 12월 판매량을 더하면 올해 연간 판매는 178만대에서 179만대 사이가 유력이다.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12월 판매가 다른 달보다 저조한 점을 고려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80만대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18년 신차에 붙는 개소세 5%를 3.5%로 인하하는 안을 내놓고 이를 올해까지 2년이나 연장하며 자동차 업계에 힘을 실어줬지만, 실제 판매 감소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2015년 183만대를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182만대를 유지하다 2017년 다시 179만대에 머물며 180만대 선 아래로 떨어졌다.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낸 2018년 다시 181만대로 180만대 선을 회복했지만, 불과 2년만에 다시 180만대 벽이 무너진 셈이다.
이처럼 올해 신차 판매가 줄어든 것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신차 교체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승용차보다 교체 주기가 짧은 상용차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144만3716대로 작년 동기(139만8686대) 대비 3.1% 줄었고, 상용차 역시 24만3562대로 작년 동기(23만6506대) 2.8% 감소했다.
수입차 시장을 둘러싼 잇단 악재도 전체 판매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BMW 화재 이슈에 이어 올해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이 도입되면서 수입차 성장을 주도하던 디젤차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실도로 배출가스 측정 방식이 본격화되면서 더딘 인증으로 수입차 브랜드들은 신차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해마다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판매가 하향 곡선을 그린 것은 디젤게이트 영향으로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 일부 브랜드가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2016년(22만5279대) 이후 처음이다. 애초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수입차 시장 정상화가 이뤄져 27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판매량은 25만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 내수 판매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고려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소세 인하와 노후 경유차 교체 지원과 같은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 2년 연속 비교적 큰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라면서 “내수 판매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