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LG유플러스 '10번' 차지...홈쇼핑 채널 연쇄 이동 도미노

롯데홈쇼핑이 LG유플러스 IPTV에서 '10번' 채널을 차지했다. 그동안 20번대 이내 채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을 추진한 롯데홈쇼핑은 우여곡절 끝에 10번을 손에 쥐게 됐다.

홈쇼핑과 IPTV 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연쇄 홈쇼핑 채널의 번호 이동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주도권도 방송사업자 쪽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는 최근 LG유플러스와 진행한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10번 편성에 합의했다. 통상 A급(20번 이내)으로 분류되는 12번에서 번호를 앞당기며 S급(지상파 채널 사이) 입성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기존보다 높은 재핑(채널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홈쇼핑과 LG유플러스 분쟁이 끝난 직후 롯데홈쇼핑이 10번 편성에 관한 확답을 받았다”면서 “LG유플러스가 연내 채널 개편을 단행, 새해 새 협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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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이 차지한 10번은 현재 현대홈쇼핑이 송출되는 자리다. 이보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에 채널 유지와 송출수수료 동결을 제안했지만 입장 차가 컸다. 홈쇼핑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 조정도 신청했지만 결국 28번으로 이동하게 됐다.

당초 롯데홈쇼핑도 LG유플러스와 12번 유지를 골자로 협상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이후 SK스토아가 LG유플러스와 12번 채널 사용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번호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에 현대홈쇼핑의 이동으로 주인이 없어진 10번을 극적으로 차지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계약을 위해 300억원대 후반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0번 채널에 300억원 초반 수준을 써 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KT IPTV에서 30번대까지 밀린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규모 비용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과 LG유플러스는 송출수수료 규모를 비롯한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협상력은 매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번호를 경쟁사에 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20번 이후 번호로 밀려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배팅'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케이블TV 이상 송출수수료를 바라는 IPTV와 앞 번호 진출을 노리는 T커머스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매년 홈쇼핑 채널의 연쇄 이동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모바일쇼핑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양화해 실적을 만회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