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BU장 절반 교체…유통부문 '강희태 원톱' 통합 강수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좌측)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좌측)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롯데그룹이 유통 BU(사업부문)장에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를, 호텔·서비스 BU장에 이봉철 롯데지주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전체 네 부문 중 식품과 화학을 제외한 절반을 교체한 고강도 쇄신인사다.

특히 생존 위기에 내몰린 롯데쇼핑은 사업본부 통합 강수를 뒀다. 기존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5개 독립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사업본부를 롯데쇼핑 단독 대표체제 통합법인으로 재편해 빠른 실행력을 담보했다.

롯데그룹은 19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유통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루고,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원준 부회장이 용퇴한 유통BU장은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강 유통BU장은 32년간 롯데백화점에 몸 담은 유통전문가로 본점장, 상품본부장 등 현장 중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부터 백화점을 이끌며 명품 개편과 질적 성장을 주도했다.

그룹 유통 사업의 방향키를 잡게된 강 BU장은 통합법인으로 재편된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해 5개 사업부와 유통 계열사 전반을 총괄한다. 각 사업부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거머쥐며 이전 BU장보다 권한과 역할이 강화됐다.

지금까지 BU장은 대표 위의 책임자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와도 움직임이 겹치며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BU장이 핵심 계열사 대표를 겸직하게 함으로써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실질적 책임경영체제로 재편하는 효과를 누렸다.

무엇보다 롯데 유통부문은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업계 선두인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6.0% 감소하며 어닝쇼크 실적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여기서 한 번 더 실기하면 영영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강 신임 BU장은 롯데쇼핑 통합법인 대표를 겸임하며 쇼핑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르게 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돼 각 사업부장들은 사업부의 실무 담당으로 업무 영역이 축소된다.

롯데쇼핑은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보고체계 일원화로 빠른 실행력과 효율적인 미래 성장전략을 담보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 유통 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강 BU장은 백화점 주도의 롯데 이커머스 사업을 총괄해왔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 론칭하는 계열사 통합 모바일앱 '롯데ON'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독립 사업본부가 쇼핑 내 사업부로 편재됨에 따라 연쇄 이동도 이뤄졌다. 백화점 사업부장에는 롯데홈쇼핑에서 상품본부장을 지낸 황범석 전무가 선임됐다. 1965년생 젊은 피인 황 대표는 홈쇼핑서 단독 패션브랜드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LBL' 등을 내실 있는 브랜드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슈퍼 사업부는 남창희 롯데마트 고객본부장(전무)이 맡는다. 남 전무는 롯데마트에서 상품기획본부장을 역임하며 자체 브랜드 '온리프라이스'를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운 성과를 냈다.

강 유통BU장을 보좌해 e커머스 사업을 이끌어 갈 수장 자리에는 지주에서 유통 전략을 담당했던 조영제 전무가 선임됐다. 롭스 사업부장은 홍성호 롯데백화점 전무가 맡는다. 롯데쇼핑은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는 4개 사업부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롯데쇼핑 외 다른 유통 계열사도 수장을 대폭 교체했다. 코리아세븐 대표에는 상품본부장인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최 전무는 27년간 영업부문장, 상품본부장 등을 두루 경험한 편의점 전문가다.

롯데컬처웍스 대표는 롯데지주 기원규 전무가, 롯데멤버스 대표는 롯데백화점 전형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맡는다. 롯데하이마트 이동우 사장은 재신임됐고, 롯데홈쇼핑 이완신 부사장은 실적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호텔·서비스BU장에는 송용덕 부회장 자리에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선임됐다. 지배구조 완성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에 초점을 맞춘 '핀셋인사'로 해석된다.

이 신임 BU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계열사 분할·합병과 롯데정보통신 상장 등 굵직한 사안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을 살려 그간 좌초됐던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면세사업부는 지난해 선임된 이갑 대표가 계속 이끌어가는 반면, 호텔사업부는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김현식 해외운영본부장(전무)를 새로 선임했다. 롯데월드는 최홍훈 전무가 내정됐다. 이봉철 사장의 빈자리는 롯데지주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맡는다.

올해 BU장을 교체했던 식품BU는 소폭인사로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롯데칠성음료의 주류부문 대표를 맡았던 김태환 전무가 실적 악화 책임을 지고 퇴임하고, 이영구 음료부문 대표가 주류부문까지 총괄 담당하는 통합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의 대표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유임됐고,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보임했다.

이 외에 롯데중앙연구소 대표에 이경훤 전무가, 롯데자이언츠 대표에 롯데케미칼 이석환 전무가 내정됐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