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호흡기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우울증은 물론이고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과학자들이 글로벌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검토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상관성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환경 보건 관점'에 실렸다. 중국, 미국, 독일, 영국, 인도 등 16개국에서 2017년까지 지난 40년간 발간된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 등 유해한 공기와 우울증, 자살의 통계적 연관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PM 2.5·0.0025㎜ 이하)와 우울증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1년 이상 초미세먼지 10㎍/㎥ 농도 증가에 노출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0% 높아졌다.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도시별로 편차가 커 인도 델리가 114㎍/㎥나 되지만 캐나다 오타와는 6㎍/㎥ 밖에 안 됐다.
PM 10까지 포함하면 단기간으로도 사흘 이상 농도가 10㎍/㎥ 증가할 때 자살 위험도 2% 늘어났다. 현재 지구촌 인구의 90% 이상이 WHO 권장기준 공기오염 한계(10㎍/㎥) 이상에서 살고 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기가 조금만 더 안 좋아져도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연구결과는 대기오염과 정신 질환과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 선행 연구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세먼지가 혈관과 코를 통해 뇌로 도달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뇌 염증, 신경세포 손상, 스트레스 호르몬 생산 변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람을 일부러 해로운 상황에 노출할 수 없는 연구 윤리 때문에 미세먼지와 우울증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조사하는 데까지 연구를 확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결과는 환경규제가 강한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줄이면 우울증 환자 수백만 명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공기 오염을 줄일 제도, 시스템의 대대적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도보와 자전거 이용 외에 녹지공간을 더 만들면 대기오염을 줄일 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책임 연구원인 이소벨 브레이스웨이트는 “대기오염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높였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EU 수준으로만 대기오염을 줄여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인과관계를 감안하면 우울증 15%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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