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순간도 에너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전기는 매 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발전소와 전력망을 건설해 모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전기를 제때 공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세계에서도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어 수요 측면에서 전력 수급을 관리하는 방안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요관리 일환으로 2014년부터 수요반응자원(DR) 거래 시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전력 수요를 줄이면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을 대체하고, 비싼 화석연료 사용을 줄임에 따라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급 관리가 가능하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피크수요 관리, 단기간 수급불균형 대응을 위해 DR 시장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국내 수요반응 시장은 4GW 이상 수요 자원을 모집, 발전설비 건설을 일부 대체하고 전력 시장 가격을 낮추는 성과를 보여 왔다. 다만 예비력에 대한 고려없이 의무절전 발동으로 업체의 생산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 DR 참여 업체에 대한 정산금이 과다하다는 의견 등 여러 보완 사항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그동안 DR 시장 운영 성과와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DR 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첫 번째로 전력수요 의무감축 요청의 발령 요건을 예비력이 부족한 수급 비상시로만 한정했다. 현재 동하계 수급대책상 목표 수요를 초과할 경우 전력감축 요청을 발령할 수 있도록 한 의무 요건은 삭제된다. 두 번째로 수급 비상시 이외 전력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을 때는 업체가 자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입찰 기회를 확대한다. 예를 들어 전력수요 급증으로 목표수요를 초과하는 경우 업체들이 '피크수요 DR' 입찰에 하루 전날 자발 참여를 해서 당일 전력 수요를 줄인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업체들이 '미세먼지 DR' 입찰에 하루 전날 참여하여 전력 수요를 줄인다. 의무로 절전해야 하는 수급 비상시를 제외하면 자발로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만 전력수요를 줄이고 정산을 받는 구조로 변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참여 실적과 무관하게 등록 용량에 일괄 지급하는 기본정산금을 전력 사용 감축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해 절전 실적이 많은 업체일수록 기본정산금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현재 DR 참여 업체는 등록 용량에 따른 기본정산금, 전력수요 감축에 따른 실적정산금을 정산받고 있다.
개선안은 새해 1월부터 적용되며, 그동안의 DR 제도 문제점을 보완하고 동시에 시장 기능과 기술에 초점을 맞춰 시장 활성화에 좀 더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등록 업체의 의무적인 절전을 수급 비상시에만 예외로 발령하되 자발에 의한 입찰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함에 따라 참여 위주 DR 시장으로의 변모가 전망된다. 또한 절전에 참여를 많이 할수록 기본정산금 혜택을 많이 받게 됨에 따라 수요관리 사업자는 수요 시장에 참여하는 고객의 전력 사용을 치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 수요 반응 시장이 단순 고객 모집 중심 사업 모델에서 기술 중심 혁신 사업 모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의 의무인 절전(신뢰성 DR)과 경제성 DR 이외 피크수요 관리,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새로운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여 참여 기업에 입찰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에너지 신산업과 신규 사업 모델 출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과 안전, 비용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래 에너지 사회에서 수요반응 시장은 역할과 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규칙이 업체들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된 만큼 국내 수요 시장은 향후 에너지 전환 및 디지털혁명 시대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서비스 모델로 견고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jeikim@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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