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장과 복지는 대립 개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국가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스웨덴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를 두고 흔히 '스웨덴 패러독스'라 부른다. 스웨덴은 성장과 분배 조화를 바라는 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스웨덴 경제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스웨덴이 높은 수준의 성장과 복지를 이뤄 낸 데에는 탄탄한 제조업과 혁신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1인당 글로벌 제조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견고한 자동차 대명사 '볼보', 실용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 통신장비 강자 '에릭슨' 등이 모두 스웨덴 기업이다. 스웨덴이 북유럽의 독일로 불리는 이유다. 스웨덴은 혁신 역량도 뛰어나 오래 전부터 세계 수준의 발명품을 선보였다.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지퍼, 초음파, 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올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한 유럽혁신지수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다.
이런 스웨덴이 지난주 총리와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무려 60개 기업 80여명의 기업인으로 구성됐다. 스웨덴 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그룹의 회장인 마르쿠스 발렌베리도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석했다. 에릭슨, 아스트라제네카, 스카니아 등 스웨덴 대표 기업도 함께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지난 18일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혁신·창의 국가'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업과 혁신 경쟁력은 스웨덴 못지않다. 제조업이 강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혁신 역량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스웨덴은 2위를 기록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이른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를 산업 전반에 심으며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미래차,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 육성책은 다른 나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소경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선다.
이렇다 보니 스웨덴은 미래차, 바이오,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산업에서 우리나라와 협력하기를 원한다. 전기차 분야에서 LG화학은 지난 5월 볼보에 차세대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에 현대차와 임팩트코팅스는 수소차 연료전지 분리판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 시 6억3000만달러를 한국 바이오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구체화된 협력 과제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에릭슨은 국내 통신사와 손잡고 5G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은 유사한 점이 많아 경제 협력 잠재력이 높다. 양국 모두 혁신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자유무역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협력은 그동안 잠잠했다. 그러다가 올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양국 정상 간 교류의 힘이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하는 스웨덴은 우리가 늘 배우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스웨덴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우리에게 손길을 내밀며 5G, 바이오, 수소경제 등에서 협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스웨덴은 최고 혁신국으로 우리나라를 지목하고 있다. 양국의 혁신 역량은 커다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함께 미래를 주도할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것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mhyoo9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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