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 100억원 가운데 일부를 당신에게 주겠으니 연락하라”는 해외 메일을 10건도 넘게 받았다. 계속 메일이 오는 걸로 미뤄 이런 사기성 메일에 답하는 사람이 꽤나 있는 듯하다. 이런 어이없는 내용에 속는 사람이 있을 정도면 메일에 첨부된 악성코드나 위장 사이트를 이용한 피싱공격에 당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일 것은 틀림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가 전년 대비 21.5% 증가해 6만50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이 생활사기, 취업사기, 판매사기 등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출된 대량의 개인정보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맞춤형 인터넷 사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도 전혀 새롭지 않다. 경찰청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사이버캅'을 동원하고 정부도 열심이지만 인터넷 사기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선물이 오가는 연말연시가 사기범에게는 대목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또 다른 인터넷 적폐는 '사이버폭력'이다. 게임, 메신저, 집단채팅을 매개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횡행하던 폭력 행위(왕따, 불링, 언어폭력, 모욕 등)가 몸캠피싱 등으로 진화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마다 5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폭력 피해는 예사롭게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이미 댓글 폭력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버린 연예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언론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사이버폭력으로 세상을 등진 사람의 수가 너무 많다. 우울증과 심리공황으로 고통 받는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적폐의 또 다른 모습은 가짜뉴스다. 가끔은 가짜뉴스로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도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 가짜뉴스는 불신의 사회로 달려가는 가속페달이기 때문이다. 신뢰의 탑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동원하고, 다수가 참여하는 집단신뢰에 의존해야 한다. 집단신뢰 규모가 클수록 가짜뉴스는 발붙일 곳이 없다. 허위 또는 위조된 사실을 악용하는 지도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로 그 자리에 두지 말아야 한다. 지도자의 불신은 집단을 파괴하는 폭탄이다. 일 잘하는 지도자와 신뢰의 지도자 가운데 택일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미래를 위협하는 인터넷 적폐 근절을 위해 정부도 인터넷윤리를 홍보하고 법과 제도로 적폐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원료의 질이 나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원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답은 '교육과 문화운동'이다.
대학에서 '인터넷윤리' 한두 과목 수강으로 해결하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인터넷질서와 윤리를 교육하는 정규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자존감이나 힘을 과시하려고 인터넷 폭력을 사용하고, 부의 축적 요량으로 인터넷 사기를 동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어려서부터 알려줘야 한다. 가짜뉴스 없는 신뢰 사회가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를 교육해야 한다. 물론 교육에 개입하는 정치권과 국가 권력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은 영혼을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는 악플에 대항해 '선플달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 더불어 각계각층의 문화운동으로 미래 대한민국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아무리 지능정보사회 건설로 부자나라를 만든다 해도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꽝'이다.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한 세대가 지난 후 땅을 치고 통곡할 수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