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굴곡진 외관 전면 220m에서 펼쳐지는 대형 라이트쇼
2007년 ‘디자인서울’ 계획에 따라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고 그 부지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세워진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탈바꿈 한 DDP가 이번에는 220m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분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DDP의 굴곡진 외관은 은빛 패널로 이루어져 있어 흡사 우주선의 선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전면을 스크린 삼아 빛과 영상, 음악이 어루어진 라이트 쇼를 개시하는 것이다. ‘서울라이트(SEOULIGHT)’라 이름 붙여진 겨울 빛 축제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미디어파사드로 이번 행사는 내년 1월 3일까지 진행된다.
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네 차례 16분간의 라이트쇼가 펼쳐지는데 서울시는 이번 서울라이트(SEOULIGHT)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빛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의 주제는 ‘서울 해몽(SEOUL HAEMONG)’으로 빛 축제를 통해 서울과 DDP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3개 챕터로 보여주며 ‘기억의 공간’을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 ‘서울라이트’의 작가 레픽 아나돌(Refik Anadol)과 민세희 총감독
서울라이트(SEOULIGHT)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작가 레픽 아나돌(Refik Anadol)과 민세희 총감독이다. 작가 레픽 아나돌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외벽의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한 터키 출신 1세대 비주얼 아티스트이고, 함께하는 민세희 총감독은 AI 활용 미디어 파사드 연출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빛은 신성한 재료이고 빛을 통해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작가 레픽 아나돌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I 머신을 통해 학습된 SNS의 데이터들이 건물 외벽에 투영되는 콘텐츠에 반영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는데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수집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과 고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를 알고 있는 그는 거리의 소리들과 전통적인 한국의 음악들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비디오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를 오마주한 융합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총감독을 맡은 민세희 감독은 부모님께서 동대문에서 30여 년간 약국을 운영하셨다며 데이터 구조를 만들 때 과거의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마켓을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마켓들과 봉재공장에서 이어지는 동대문의 패션 산업에 대해 연구하여 이번 ‘서울라이트(SEOULIGHT)’ 축제에 녹여내고자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지역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은 DDP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꿈을 해석(해몽)하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그것은 고스란히 이번 ‘서울라이트(SEOULIGHT)’의 첫 주제인 ‘서울 해몽(SEOUL HAEMONG)’에 담겼다.
■ 서울시의 대표 관광 콘텐츠로의 시작. ‘서울 해몽(SEOUL HAEMONG)’
16분으로 구성된 ‘서울 해몽(SEOUL HAEMONG)’은 세 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각각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의 해몽이 시작되는 순간인 첫 4분은 ‘과거’를 나타내며 DDP를 도시의 캔버스로 해석하고 이 건물이 기억하는 순간을 탐험하며 ‘기억의 지형도’를 보여준다.
두 번째 챕터인 ‘현재’는 서울의 해몽을 위해 새로운 기억들을 수집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순간을 그린다. 6분 동안 수집된 데이터를 탐험하면서 비슷한 모습들, 흥미로운 지점들을 함께 경험하며 ‘기억의 공간’을 여행한다.
인공지능이 서울의 기억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해 흘러가는 꿈의 모습을 해석하는 세 번째 챕터인 ‘미래’는 때로는 생생한 이미지로, 때로는 흘러가는 움직임으로 표현해 ‘기억의 자각’을 보여주며 마지막 6분을 마무리한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이 감소하는 동절기에 미디어파사드와 빛, 조명을 활용한 도시 빛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어 서울시도 ‘서울라이트’를 대표적인 야간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하여 서울 문화자산으로서 DDP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침체된 동대문 일대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 ‘서울라이트(SEOULIGHT)’와 연계된 다양한 축제의 장
이번 행사 기간 중 라이트 쇼와 함께 진행되는 ‘서울라이트 마켓’과 문화공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SNS이벤트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들도 준비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라이트 마켓’은 디자인, 공예, 생활용, 패션 디자이너 및 동대문 상인, 소상공인, 창업팀, 대사관 등 총 270여 개 업체와 개인이 참가하고 DDP 일대에 난방과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컨테이너와 텐트 58동이 설치되어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예정이다.
문화공연으로 어울림 광장 등 야외무대에서는 버스킹이 매일 열리고, 주말과 휴일을 중심으로 비보이, 스트리트 패션쇼 등도 각기 다른 콘셉트로 펼쳐지고 기간 동안 푸드트럭도 11대가 운영된다고 하니 볼거리와 먹거리도 한 곳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행사 기간 동안 서울라이트의 모습을 찍어서 해시태그(#ddpseoullight)와 함께 SNS에 게시하면 추첨을 통해 카메라, 아이스크림 교환권, 영화관람권 등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24일~25일)과 31일엔 특별한 날에 걸맞은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엔 DDP 건물 전체가 커다란 선물 박스로 변신하고 31일은 밤 11시 57분부터 2020년을 맞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새해를 맞는 화려한 불꽃놀이 영상, 서울시민의 새해 소망 메시지가 DDP 외벽을 가득 채울 예정.
■ 동대문 상권의 희망이 되어 줄 '서울라이트(SEOULIGHT)'
무엇보다 이번 ‘서울라이트(SEOULIGHT)’ 행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동대문 상권과 DDP의 동반 활성화를 위해 9개 동대문 상권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행사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민관 협의체’에 동참하는 9개의 건물들은 지난 10일 협약 체결식을 가지고 향후에도 '서울라이트(SEOULIGHT)'와 연계하여 개최되는 다양한 확대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축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법규와 제도의 개선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축제의 장기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최경란 대표이사는 "서울라이트는 서울을 빛과 미디어가 내재된 미래지향적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데 그 초석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디자인재단은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 디자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동대문과 서울의 새로운 야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해 앞으로의 '서울라이트(SEOULIGHT)' 축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서울라이트’가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머무는 서울 대표 겨울철 빛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이 일대 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도록 운영해 나가겠다. 특히 동대문 일대 상권과 협력해 지역 경제 활성화 시너지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매우 깊다”라며 “이번 연말연시에는 DDP 전면 외벽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웅장한 라이트쇼 ‘서울라이트’와 함께 가족, 연인,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라고 말해 '서울라이트(SEOULIGHT)' 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여 줄 것을 제언하였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서울라이트(SEOULIGHT)'에 참여한다면 서울과 동대문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고 자연스럽게 관광산업으로 연계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게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서울라이트(SEOULIGHT)'가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이 되고 동대문 지역의 상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