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유료방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합종연횡'이다.
종전 통신사업자 간 혹은 케이블TV사업자 간 이른 바 동종(同種) 사업자 간 결합과 달리 이종(異種) 사업자 간 결합이 본격화됐다.
이는 전통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인식된 방송과 통신 간 경계가 붕괴됨에 따라 방송통신 사업자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 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향력 증대도 방송통신 사업자 행보에 변수로 작용했다.
방송통신 사업자는 방송·통신 각각의 영역에서 경쟁 우위 확보는 물론이고 방송과 통신을 망라할 수 있는 역량을 미래 성장의 필수조건으로 인식했다.
방송통신 이종 기업결합은 2020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2월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0%+1주(8000억원) 인수를 선언했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다가 정부의 불허로 좌절된 지 3년 만의 재시도였다.
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각각 조건부로 승인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로 유료방송 시장 2위로 부상하고, 전체 이동통신시장과 알뜰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CJ헬로비전은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 LG헬로비전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선언에 이어 SK텔레콤은 4월 태광산업과 각각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5월에는 공정위, 과기정통부, 방통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공정위가 11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심사가 남았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티브로드 합병을 새해 4월로 예정하고 있다.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규제에 발목 잡혔다.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중도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매각을 추진한 딜라이브 채권단은 딜라이브 채무 만기를 3년 연장하고, 딜라이브 최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KCI) 채무는 영구채로 출자전환했다. 국회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 지연으로 딜라이브 매각이 어려워지자 시간을 갖고 기업 가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OTT 사업자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됐다.
SK텔레콤과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OTT 협력을 선언하며 유료방송 시장 합종연횡 서막을 알렸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으로, SK텔레콤 가입자와 자본,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 경쟁력을 결합해 글로벌 OTT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OTT '옥수수'와 '푹'을 합병, 9월 단일 브랜드 '웨이브(wavve)'를 론칭했다.
CJ ENM은 JTBC와 손잡았다. 양사는 새해 1월 OTT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다. 통합법인은 자체 OTT 운영과 다른 OTT 플랫폼에 대한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12월 국내 킬러 콘텐츠 수급을 위해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4.99%를 1079억원에 매입했다.
OTT 시장 경쟁 격화로 사업 철수를 선언한 사업자도 나왔다. 현대HCN은 '에브리온TV' 서비스를, KT스카이라이프는 '텔레비(TELEBEE)' 서비스를 각각 종료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