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극적인 폼팩터 변화가 구체화된 게 올해다. 화면을 접고 펼칠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9월 출시한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는 정체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개척했다.
약 24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도 초도물량이 완판을 기록하는 등 상품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 30여개국에 출시해 5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첫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삼성전자는 당초 4월 미국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사전 블로거 대상 리뷰 과정에서 결함 논란이 불거지며 출시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이후 화면 보호막을 베젤 아래로 넣고 힌지 보호캡 적용 등 개선 과정을 거친 끝에 최종 완성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갤럭시폴드와 폴더블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화웨이 '메이트X'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글 서비스 등을 지원하지 못하면서 중국 내수용에 그친데다 디스플레이 품질 역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외부 노출된 화면 내구성 역시 단점으로 손꼽힌다.
예상 밖에 시장을 놀라게 한 다크호스는 모토로라였다. '레이저'로 클램셸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피처폰 시절 큰 인기를 끌었던 레이저V3 디자인을 계승, 오랜 모토로라 팬의 향수도 자극했다.
LG전자는 탈착형 디스플레이 '듀얼스크린'으로 폴더블 폼팩터 변화에 대응했다. 가장 현실적인 폴더블 사용자경험(UX)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게임과 멀티태스킹에 특화된 기능을 바탕으로 예상을 웃도는 인기를 끌었다.
새해에는 갤럭시폴드 후속 제품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샤오미, 오포, TCL 등이 다양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 콘셉트 수준을 넘어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로 폴더블 스마트폰 폼팩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는 스마트폰 시장을 달군 또 다른 화두였다.
5G 스마트폰 초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갤럭시S10 5G, 갤럭시노트10 5G, LG V50 씽큐 등 플래그십 모델로 선점했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늘린 국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5G 상용화를 추진하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하반기 중국이 5G 조기 상용화를 선언하며 반값 이하 수준의 5G폰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샤오미는 30만원대, 화웨이도 50만~60만원대 중저가·보급형 5G폰으로 새해 저가공세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ODM 물량 확대는 제조업 전반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중국 외주업체에 맡김에 따라 국내 부품 협력사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A60에 이어 올해 갤럭시A10S·A20S, 갤럭시탭A 8.0 등을 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 윙테크 등을 통해 위탁 생산했다. 윙테크 외에 화친 등과도 ODM 계약을 체결, 중저가 영역에서 위탁생산 비중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LG전자는 인도 시장에 내놓은 W20 시리즈를 ODM으로 생산했다. 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에서 중가 라인업까지 ODM 방식 확대로 모바일 사업부문 실적 개선을 꾀했다.
삼성전자는 ODM 확대로 인한 부품 협력사 생존권 논란이 제기되자 핵심 부품 선정 등에 주문자가 개입하는 합작개발생산(JDM)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시장 경쟁 심화로 ODM 확대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는 가운데 국내 제조산업계 대응 방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