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까지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8000억원을 넘어 올해 통틀어 4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3일 발표한 '2019년 벤처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신규 벤처투자액은 3조8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 늘어난 규모다. 이미 지난해 투자액 3조4249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업력별로는 창업 7년 이내 투자가 75.2%로 가장 많았고, 업종별로는 생명공학 비중이 26.8%로 컸다.
'벤처투자 4조원'의 의미는 크다. 2015년 불과 2조원대에서 4년 만에 약 두 배 껑충 뛰었다. 문제는 투자자금 성격이다. 4조원 가운데 정부에서 주도하는 정책자금이 여전히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 성장사다리펀드인 한국성장금융투자와 같은 준기관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유럽 등 투자 선진국에서는 민간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책자금은 시장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로 자연스러운 투자 생태계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칫 정부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과거 창조경제펀드, 녹색펀드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원 배분에도 한계가 있다. 출자한 자금 대부분이 지역이나 업종, 사회적 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벤처자금 속성인 '고위험, 고수익'과 거리가 멀다.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골고루 나눠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건당 평균 투자자금이 약 160만달러로 미국 1400만달러와 중국 2100만달러의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규모가 작다 보니 국내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대규모 투자는 모두 외국계 펀드가 독식하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의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기업도 딜리버리히어로라는 독일계 회사였다.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책 자금 중심으로는 펀드 규모와 지속 가능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법제도 개선 같은 규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