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두통이나 어지럼증만 호소하는 환자가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으면 비용 8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뇌·뇌혈관 MRI 촬영이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되자 정부가 보험 적용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MRI 건강보험 적용 개선안을 23일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뇌 MRI에 대한 지출이 당초 계획보다 50% 이상 초과해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경증 증상에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필수 수요 중심으로 MRI 검사를 적정화하겠다”고 말했다.
뇌 MRI 검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전체 비용 30%(의원)~60%(상급종합병원)를 부담하고 있다. 이전에는 뇌 MRI 검사 후 질병이 확인됐을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제도 시행 후 검사비는 9만~18만원으로 기존 4분의 1수준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뇌압 상승 소견이 있는 등 뇌 질환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에는 두통·어지럼 환자의 뇌 MRI에 종전처럼 본인부담률 30~60%를 적용한다.
경증 두통·어지럼만 있으면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한다. 경증 환자에게 MRI 검사를 하면서 중증 질환에 주로 쓰는 복합촬영을 남용하지 않게 의사가 받는 복합촬영 수가를 기존보다 3분의 1가량 낮춘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검사 건수가 지나치게 많은 의료기관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내년부터는 MRI 검사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개선안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고시개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보장성 강화 재정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뇌 MRI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 재정은 1642억원이었으나 현재 MRI 이용 추세라면 2730억원에서 28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화 이후 발생할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데다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경증 두통·어지럼에 대한 MRI 촬영이 과도하게 증가한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뇌 MRI와 더불어 50% 이상 초과 지출이 일어난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충치 치료)에 대해 “충치가 없으면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과다 이용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노인 외래진료비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 지원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의료 이용량 증가를 월별로 점검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과도한 재정 지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장성을 확대한 과제 연간 재정 추계액은 4조5000억원이나 실제 집행액은 3조8000억~4조원으로 계획 대비 85~8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2000억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 선택진료(특진비) 폐지, 2·3인실 급여화, 초음파 급여화, 간호 간병 병상 확대, 노인 임플란트 본인부담 경감 사업 역시 계획 대비 95% 이하로 지출됐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에 내년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시행에 총 6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부터는 조산아·저체중 출생아 외래 본인부담률이 10%에서 5%로 낮아지고, 적용 대상은 36개월에서 60개월 미만으로 확대된다. 하반기에는 척추 MRI, 유방 초음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