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중일' 외교전 마무리···'추가 대화'에서 실효성 있는 묘안 마련이 관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의 실질적 복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박2일간 한중일 외교전에서 중국과 북미 대화 복원에 공동 노력하기로 하고, 일본과는 '수출규제·강제징용' 문제를 '대화를 통한 조속 해결'에 합의했다. 북한의 우군 중국과의 협의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을 확보하고, 일본과는 관계 복원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내놓지 않아 추가 실무 대화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관건이다.

4일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4일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은 25일 별도 일정 없이 한중·한일 간 협의 내용을 진전시킬 수 있는 구상과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23~24일 한중·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빡빡한 정상 외교일정을 마치고 24일 늦은밤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서 합의한 결과를 기반으로 중국과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 일본과는 추가 실무협의에서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북한이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로 불린 북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예의주시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서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며 북한의 도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집중 논의했다.

두 정상은 130분 동안 회담에 오찬까지 함께하며 현안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논의 사항은 밝히진 않았다. 다만 회담 자체 만으로 한중이 뜻을 합쳐 북한의 무력시위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와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도발 카드를 접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회담에서 이목이 쏠렸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해결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봉인'된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와는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지를 확인한 점이 성과로 꼽힌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이후 양국 간 화이트리스트 제외, 우리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이어져온 '갈등'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다. 요미우리·아사히 등 일본 언론도 25일 한일 양국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관련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3년 만에 이뤄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답했다.

한일 정상이 '대화'에 뜻을 모은 만큼 후속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의 경우 남은 불화수소·폴리이미드 규제를 일본이 우선 완화한 후 양국이 서로에게 취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되돌리는 해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해법은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이 해결됐다는 주장을 견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일본과의 협상과 관련해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여 양국이 그 전에 타결책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한일 정상회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운영공동체' '이웃'이라는 발언이 자주 등장했다는 것이다. 상호 신뢰와 우의를 확인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 어린 말이다”이라고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중국은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다. 중요한 일한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은 매우 중요한 상생 번영의 동반자입니다.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며 온기를 불어넣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