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산업정책이 입법 작업 지연과 부처 역할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분석보고서가 국회에서 나왔다. 범정부 지원 정책과 함께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는 26일 발간하는 'VR·AR 산업정책의 평가와 개선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13개 혁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VR·AR 산업 육성정책 문제점을 제기했다. VR·AR 산업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시행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상 3가지 문제점을 꼽았다. △국내 VR·AR 시장 확대에 있어 법적 불확실성이 큰 장애요인 △기존 산업에 VR·AR 기술을 응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시 개별 산업을 담당하는 소관 부처 역할 미흡 △정부의 VR·AR 기업에 대한 지원이 시장에서의 사업화와 연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결정체계 측면에선 소관부처가 과기부와 산업부, 문체부 등으로 분산, 일원화되는 것보다 전문성 등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부처간 사업 지원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업체 성격에 맞는 과제에 지원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기존 산업이 VR·AR를 응용한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이 필요하지만 개별 부처가 관리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구체적인 산업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정부 지원 과제 집행시 높은 자격 요건, 예산 조기 집행 등으로 인해 정책 수혜자 범위가 좁아진 문제도 지적됐다. 최진응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VR·AR 지원정책의 자격 요건이 높아 영세한 기업은 정책 수혜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은 VR·AR 기업의 사업화 지원에 힘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이 사업화와 연계되는 것이 미흡했다. 우리 정부의 VR·AR 지원 과제가 사업화 이전 단계인 기술 지원 단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법·제도 측면에선 현행 법률의 불확실성이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최 입법조사관은 “VR·AR는 전 산업과 연계되는데 의료·제조·국방 등 개별법 영역 규제가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법률상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사업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개별법 규제로 인한 VR·AR 사업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이 또한 임시 유예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3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VR·AR 서비스 제공 때 개인정보 활용이 어려운 점도 과제로 거론된다.
보고서는 개선책으로 개별법상 규정 개정을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했다. 또 정부는 유망한 기술혁신형 스타트업, 중소·벤처 기업도 지원받도록 자본력이 약한 영세 사업자 간 컨소시엄 구성 유도, 지원사업 수행 기간을 단년도에서 다년도 방식으로 확대, 정부 과제 입찰 조건의 합리적 조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프로그램 논리모형에 기반해 국내 VR·AR 산업정책 평가를 위한 모형을 도출했다. 프로그램 논리모형은 정부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프로그램(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위해 성과 발생에 필요한 요소를 논리적으로 배열했다. 주요 요소로는 투입(inputs), 활동(activities), 산출(outputs), 성과(outcomes) 등이다.
문헌 조사 외 면담 조사고 활용했다. 문헌조사는 정부 제출 자료, 면담조사는 산업현장 의견 청취를 위해 VR·AR 협회 관계자 2인, VR·AR 중소·벤처 사업자 6인을 대상으로 총 3회에 걸쳐 집단 면담을 실시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