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뮤지컬 '캣츠'를 실사화한 영화 '캣츠'(감독: 톰 후퍼,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가 지난 24일 국내 개봉했다.
'킹스 스피치'로 2011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하고 '레미제라블', '대니쉬 걸'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뮤지컬 음악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함께 해 역대급 컬래버레이션을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주 20일(현지시각)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캣츠'는 북미 박스오피스 첫 주말 수익 650만 달러(한화 약 75억)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캣츠'의 순수 제작비가 9,500만 달러(한화 약 1,100억)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좋지 않은 출발이다.
흥행 뿐 아니라 평가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5일 기준)세계 최대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지수 18%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또 다른 미국의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도 메타스코어 32에 머물고 있다.
❘관객과 평단 모두 '캣츠'에 등 돌리는 이유…뭘까?
◆ 스토리 부재와 아쉬운 연출력
원작 뮤지컬에 대한 부담이 컸던 탓일까. 톰 후퍼 감독은 이전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줬던 세밀하고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영화는 계속 표류한다.
스토리는 산만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다. 또한 밋밋하기 그지없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마무리 된다.
◆ 기괴한 비주얼
1억 달러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입하며 원작 뮤지컬을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 하려던 톰 후퍼 감독과 유니버설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간 듯 보인다.
주인공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을 비롯해 봄발루리나(테일러 스위프트), 듀터러노미(주디 덴치), 거스(이안 맥켈런), 제니애니닷(레벨 윌슨), 버스토퍼 존스(제임스 코든) 그리고 빌런 캐릭터 맥캐버티(이드리스 엘바)까지 모든 배우들의 얼굴과 온 몸에 고양이털, 꼬리, 귀 등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작업했다.
그러나 다소 지나친 CG 작업에 되려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인간으로 형상화 한 바퀴벌레를 캣츠가 잡아먹는 장면은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 캐릭터의 매력 반감
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 고양이다. 원작 뮤지컬에서는 각각의 캐릭터가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고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고양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아 '메모리' 등 널리 알려진 뮤지컬 넘버를 통해 내면을 표현한다.
뮤지컬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스크린을 통해 100%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화 '캣츠'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모습이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
주인공 그리자벨라 역에 제니퍼 허드슨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역대 최고의 뮤지컬 넘버 '메모리'를 자신만의 소울 풍만한 감성으로 울부짖지만 원작 팬들에게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도리어 작품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특유의 울먹이는 창법으로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그나마 봄발루리나 역을 맡아 연기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과도한 CG에도 빛을 발하는 그의 외모는 위안거리다.
갖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캣츠'는 현재 순항중이다. 크리스마스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개봉 이틀 만에 국내 관객 수 50만을 돌파하며 나쁘지 않은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캣츠'가 대중과 평단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영화 '캣츠'의 앞으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자신문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