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엔테크]자동차의 '소리'를 작곡하다

진동·엔진음 등의 소음을 내지 않는 전기차에 감성과 재미를 더한 사운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BMW그룹은 올해 세계적인 영화 음악 작곡자이자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한스 짐머'를 전기차 사운드 개발전문가로 영입했다. 짐머는 BMW '비전 M 넥스트'를 위해 '일렉트릭 드라이브 사운드'와 '사운드 사인'을 개발한다.

작곡가 한스 짐머가 미국 LA 서쪽 해안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짐머는 각종 악기를 사용해 자동차 소리를 만든다.
작곡가 한스 짐머가 미국 LA 서쪽 해안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짐머는 각종 악기를 사용해 자동차 소리를 만든다.

음악은 지극히 감성적이며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이유로 BMW 그룹은 미래의 사운드를 정의할 사운드 탐색(sonic exploration) 과정에서 오케스트라와도 협업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음이나 진동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워낙 조용하다 보니 보행자나 특히 시각장애인은 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충돌 위험을 느낄 때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다수 국가에서 전기차가 주행 때 소리를 내도록 하는 규제를 내놓기도 한다.

한스 짐머 스튜디오.
한스 짐머 스튜디오.

완성차 업체들은 '윙~'하는 전기모터음 대신 운전 재미를 높이는 다양한 소리를 내고, 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슈퍼카처럼 역동적 진동음이나 엔진음을 인위적으로 내거나 시동 켜고 시동을 끄는 소리부터 각종 전후방 센서 감지 소리까지 감성을 연출한다.

미국 LA 서쪽 해안 샌타모니카엔 영화음악계 '거장' 한스 짐머의 개인 스튜디오 녹음실이 있다. 이곳에서 '라이온킹' '캐리비안의 해적' '인터스텔라' 등 영화음악이 만들어졌다. 짐머는 BMW 전기차 엔진음 등 차량 운행에 필요한 소리를 '작곡'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불러 가상 엔진음을 녹음하고, 각종 경고음도 만든다.

한스 짐머 스튜디오.
한스 짐머 스튜디오.

시동을 켜면 마치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연주를 시작하는 것처럼 한 음에서 여러 음으로 확장되는 소리가 난다. 또 시동을 끄면 여러 음이 한 음으로 합쳐지는 소리가 들린다. 주행 중엔 속도 변화에 따라 음량과 음역이 4단계에 걸쳐 증폭된다.

BMW는 이를 '추진→진화→고조→폭발'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폭발 영역 소리는 F1 머신 주행음과 가깝다. 짐머는 “어릴 적 집에 있을 땐 차 소리만 듣고도 부모님이 오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서 “BMW만의 엔진음을 만든다면 다음 세대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이렇게 만든 엔진음을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짐머가 제작한 소리는 향후 출시될 BMW 비전 M넥스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BMW IconicSounds Electric'이라는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계속 같이 작업해나갈 계획이다.

짐머는 전기차의 가상 엔진 소리에 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상호작용할 때 소리는 터치포인트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실행 요소다. 가속은 점진적으로 변하는 사운드 텍스처를 따라 운전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이미 10여년째 전기 이동성을 위한 사운드를 개발 중이다. 2009년 'MINI E'의 테스트 차량을 출시하면서, BMW 그룹의 음향 엔지니어들은 무음에 가까운 드라이브트레인이 장착된 차량에 지각을 향상시킨 인공 사운드를 제작했다. 이후 BMW i3가 출시된 이후 고객들은 음향식 보행자 보호 장치를 선택사양으로 고를 수 있게 했다.

이후 음향식 보행자 보호 장치 사운드는 새로운 입법 요구사항에 따라 개발을 거듭하여 점차 BMW의 모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나 배터리전기차(BEV)에 표준 사양으로 포함시켰다. 사운드 개발 목표는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경고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높은 수준의 음향적 편의를 꾸준하게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