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세돌 9단 은퇴 대국을 계기로 역사에 남을 알파고와의 대국이 회자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 4패라는 성적은 전 국민을 인공지능(AI) 공포로 몰아넣었다. AI가 인간 고유의 활동 영역을 침해할 것이라는 공포감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퍼졌다.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는 뉴스와 저서들이 주목 받았다. 과연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우리 모두는 AI로 인해 궁지로 몰리게 될까?
우려와 달리 AI를 활용한 기술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주는 형태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AI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에게 개별화된 지역 상점 정보를 알려주는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내주변)'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했다. AI 기술을 활용할 때 소상공인들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 본 장소 추천 서비스는 이용자의 특성·시간·위치를 파악해 주변 상점을 추천하는 기술이다.
흔히 AI 기술은 쏠림 현상을 강화시켜 상점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해당 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는 오히려 반대 결과를 보여 줬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리뷰가 많고 오래된 맛집은 높은 인지도로 더 많은 사람이 검색하고, 그 결과 더 많이 노출된다. 그 결과 대체로 인지도가 낮은 신규 상점은 노출 기회를 잡기 어렵다.
그러나 AI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네이버 AI 장소 추천 알고리즘은 인지도(리뷰수) 가중치를 낮추고 이용자 취향과 위치 정보를 반영한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이용자 상황과 취향에 가장 적합한 상점을 추천한다.
그 결과 '강남역 맛집'과 같은 키워드 검색에 비해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 추천 상점은 인지도에 따른 클릭수 집중이 4분의 1 수준으로 완화됐다.
즉 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상점 리뷰수가 적어도 노출이 더 잘되고 있다는 의미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낮은 상점들에 더 높은 노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온라인에서 쏠림 현상뿐만 아니라 상권 입지에 따른 위치 제약성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좋은 상권에 매장을 내고 싶어하지만 그만큼 임차료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높은 임차료 부담을 느끼는 신규 소상공인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 주변이나 상업지역과 같은 밀집 상권보다 유동인구가 좀 적은 비(非)밀집 상권에 매장을 낼 가능성이 짙다.
이 때문에 새로운 매장은 손님에게 매장 알리는 것이 어렵다. 초반에 단골을 유치하는 것은 매장 유지의 핵심 요소다.
AI 기반 장소 추천 기술은 이러한 상점 입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밀집 상권에 입지한 매장에 비해 비밀집 상권에 위치한 상점이 '네이버 스마트어라운드'를 통해 추천되는 경우 전화나 길찾기, 스마트폰에 저장할 확률이 30%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상권에서 다소 떨어진 골목상권 매장이라 해도 추천만 되면 고객의 실제 방문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확률이 핵심 상권보다 30% 높았다는 의미다. 입지가 안 좋은 매장이라 해도 AI 추천 기술을 통해 단골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불러오는 사회 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우리 사회가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AI 활용도를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을 해결하는 도구로서 AI를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AI가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건웅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gwle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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