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이 비핵화 실천한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 보여줘야”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제56회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제56회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한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 세계 157개국 508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한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보낸 '무수한 행동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구상'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미가 서로 상대방이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답보상태라고 했다. 북미간 동시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북미가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상호 신뢰 하에 쌍방 조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

기고는 정치·경제 분야 유명인사 논평 등을 전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요청에 문 대통령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축구경기에 비유했다. 그는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다.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 경기와 같다. 축구경기장의 시끌벅적함 속에 평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며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와 국제질서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미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 대통령은 그 어느때보다 국제사회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평화를 통해 한국이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고 분명히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 끊긴 철길·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묵묵히 기다려 평화가 온다면 좋겠지만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평화는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며 다양한 만남과 대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담대한 행동, 평화가 더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야 평화는 모습을 드러낸다고 평화에 대한 평소 지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숲이 평화로운 까닭은 무수한 행동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기대고 살기 때문”이라며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처럼 평화 열망을 간직하면서 떠들썩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여기저기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모두 평화”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가 눈에 보이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선 도도하게 흐른다고 했다. 공동경비구역(JSA)에는 권총 한 자루 남겨놓지 않았고 비무장지대(DMZ) 초소를 철수하면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며 “평화는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