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대비한 인재영입 1호로 40대 여성 척수장애인을 발표했다. 최혜영(40) 장애인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이 주인공이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헌신했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인재영입 명단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첫 영입인재로 최 이사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을 꿈 꾼다. 그 꿈을 안고 정치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신라대 무용학과를 다니며 발레리나의 길을 걷던 2003년 스물넷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교재개발, 프로그램 연구에 몰두하며 2009년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직장과 학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앞장서면서 2018년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의무화 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교육과 강연 활동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CF 및 의류모델 등을 통해서도 장애인식 개선에 노력했다. 2010년에는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7년에는 나사렛대에서 재활학 박사 학위를 따냈다. 여성 척수장애인으로 재활학 박사가 된 것은 최 이사장이 국내 최초다.
그는 “민주당이 기존 방식과 다르게 새로운 인물과 세대교체를 위한 젊은 인재를 찾는다고 했다”며 “민주당과 대화를 나누면서 진정성을 알게 됐고 '나도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합류과정을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국회에 입성한다면) 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의하고 싶다”며 “장애가 있어도 엄마가 될 수 있는 정책·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 이사장에게 “더 많은 분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민주당의 매우 소중한 소명”이라면서 최 이사장에게 당헌·당규집과 당원 교과서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 멤버인 김정우·김병기·김병관 의원과 양향자 전 최고위원, 오기형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양 전 최고위원이 행사 사회를 맡았다.
기자회견장 뒷걸개에 천양희 시인의 시 '바람편지' 시구인 '잠시 눈 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를 새겨넣었다. 행사 시작 때는 불치병으로 첼로를 연주할 수 없게 된 첼리스트 자클린의 이야기를 담은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을 배경음악으로 선택, 최 이사장의 '스토리'를 부각했다.
민주당은 새해 설 연휴 전까지 10여명의 인재영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대부분 '시련과 고난, 절망을 불굴의 도전, 희망으로 바꾼 인사' 영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입 인사들의 비례대표 혹은 지역구 출마 여부 등은 선관위 지역구 획정 등이 완료되지 않아 결정되지 않았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