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뜻하는 지급여력비율(RBC)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보험사가 투자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반대로 상승한 결과가 반영된 수치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9월말 기준 보험회사 RBC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54개 보험사의 RBC 비율은 286.9%로 전분기 대비 4.5%포인트(P) 올랐다.
RBC비율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할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RBC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높다는 의미다.
보험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RBC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보험사들의 RBC 비율은 한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제도 개선으로 240%대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61.2%)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3월에는 273.9%, 6월에는 282.4%로 집계됐다.
이는 RBC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가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증가한 덕분이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등 기타포괄손익이 5조6000억원 늘어난 데다 올해 3분기 중 보험사들의 1조6000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가용자본이 8조원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올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업권의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5.1%P 오른 301.2%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업권은 260.0%로 3.1%P 올랐다.
24개 생명보험사의 경우 RBC비율이 모두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훌쩍 넘으면서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30개 손해보험사 중에는 롯데손보(141.4%)와 MG손보(136.0%)가 금융당국 권고치를 넘지 못했다. 더케이손보도 RBC비율이 169.1%로 전분기 대비 15.9%P 떨어져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롯데손보의 경우 10월 빅튜라와 호텔롯데를 대상으로 375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손보는 해당 유상증자로 RBC비율이 190%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MG손보의 경우 지난해 RBC 비율이 90% 이하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 및 요구, 명령 조치까지 받았지만 현재는 이를 130%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더케이손보의 경우 주력산업이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 등이 악화하면서 RBC비율이 떨어졌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말 현재 보험회사 RBC비율은 286.9%로 보험금 지급의무 이행을 위한 기준인 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다만, 향후 RBC비율 취약 등이 우려되는 경우 자본확충 및 위기상황분석 강화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토록 감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