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제2 페북사태 차단한다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제2 페북사태 차단한다

인터넷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가 망 이용계약을 할 때 지켜야 할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고 불공정행위 유형도 구체화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등 이용자 피해를 차단하고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새해 1월 시행 이후에도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지속 개선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 새해 1월 27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총 5장 14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앞서 방통위는 인터넷망을 둘러싼 사업자간 갈등이 계속되고 페이스북 사태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연구반을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했으며, 올해 제2기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도출했다.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와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한 번에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시장 자율을 존중하면서도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과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망 이용계약 원칙과 절차, 불공정행위 유형, 이용자 보호 의무 등을 규정했다.

가이드라인은 CP에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해 제2 페이스북 사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CP는 트래픽 경로 변경으로 현저히 부정적 영향이 예상될 때 ISP에 정보를 사전 제공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접속경로를 임의 변경, 병목현상을 유발함으로써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쳤다. 그러나 '사전 협의'가 아닌 '사전 제공'만으로 접속경로를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CP에 의한 이용자 피해 유발 가능성을 남겼다.

가이드라인은 또 망 이용계약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특정 계약만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해 ISP와 CP 모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글로벌 CP가 국내 ISP와 망 이용계약을 거부하거나 캐시서버 무상설치만을 강요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통신사업자가 국내 중소 CP에 불공정행위를 하기도 어렵게 됐다. 통신사업자는 망 이용대가를 올릴 때 반드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망 이용계약 부당성을 판단할 때에는 인터넷 망 구성과 비용분담 구조를 고려하도록 했다. 인터넷 망의 '양면시장' 특성을 고려, 망 투자비 회수 가능성을 보고 망 이용대가 적정성을 따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사한 제3의 계약이 있을 때는 비교해 계약 내용이 적절한지 따지도록 했다. 또 콘텐츠 경쟁력 등 시장상황을 살피도록 해 중소CP가 시장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배려했다.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3년마다 재평가해 개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사업자 간 협의로 개정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내외 사업자에 압박으로 작용해 협상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해외사업자는 빠져나가고 국내사업자만 적용 받는 또 하나의 역차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해외사업자 규제력 확보가 과제로 제시된다.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국내 CP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시행 과정에서 섬세하게 살필 것”이라면서 “해외사업자에 대한 집행력 한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