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낯선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경계심이나 불편함을 갖기 마련이다. 반면에 같은 값이면 보다 친숙하고 익숙한 것을 더욱 선호한다. 이를 '단순노출효과'라 부른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피츠버그 대학 수업 시간에 평소에 보지 못한 여학생들을 들여보냈다. 이때 여학생들이 각 수업에 들어가는 횟수를 작게는 0회에서 많게는 15회로 차등하여 학생들에게 해당 여학생이 친숙해지는 정도를 달리했다. 수업에 들어간 횟수 이외의 요인은 차단하기 위해 수업 중 다른 학생과는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말고, 수업 끝난 후에는 바로 나오는 방식을 취했다.
해당 학기가 끝난 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수업에 참여시켰던 여학생의 사진을 보여주고 호감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수업에 들어간 횟수가 많았던 여학생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고 수업에 단 한 차례도 들어간 적이 없는 여학생에게는 호감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실험결과 역시 단순노출현상을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다.
단순노출효과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활동은 일상생활 속에서 해외 기업의 경영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주 목격된다. TV광고나 거리상의 옥외광고를 통해서 해당 기업의 브랜드와 각종 상품들에 대해 친숙해질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환경 요인은 수업에 자주 들어오는 여학생과 같은 효과, 멀리서도 보이는 에펠탑과 같은 효과를 형성하고 그런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보다 높아지고 투자 시에도 이들 국내 기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친숙한 대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잘 알고 있거나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친숙한 대상일수록 합리적인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워싱턴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인 크리스탈 홀 교수는 특정 대상과 관련된 사전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해당 대상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해 주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자들에게 NBA 농구 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승패를 맞추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때 실험대상자를 둘로 나누어 한쪽 그룹에는 해당 농구팀의 이름을 제외한 팀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 그룹에는 해당 데이터가 어떤 농구팀에 대한 데이터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농구팀 이름까지 함께 제공했다.
당연히 농구팀 이름까지 공개한 실험대상자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관련 정보를 보다 정확히 제공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농구팀에 대한 데이터 이외의 다양한 개인적 경험까지 추가로 투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농구팀 이름까지 공개한 실험대상자들이 보다 부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름까지 공개한 실험대상자들은 해당 농구팀 관련 데이터만을 의존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농구팀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 내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등을 투영하고, 해당 농구팀 명성 등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활용하려는 태도는 떨어졌다. 결국 이름까지 확인한 실험대상자들의 시합 적중률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의 실험결과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많은 기업들이 좀더 준비한 뒤에 외부에 회사를 오픈해야지, 준비가 끝나고 알리기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란 끝이 없는 목표치다. 또한 외부에 오픈하는 시점을 먼저 정하고 준비를 할 경우 조직 구성원들도 긴장감을 갖게 돼 사업 초기 경영속도도 높아진다.
이와 함께 준비가 덜된 상태라 하더라도 초기부터 회사를 외부 고객 내지 투자자에게 적극 알릴 경우 정작 판매 내지 투자 시 훨씬 더 좋은 성과 또한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위의 실험 결과가 말해 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