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silicon). 우리말로 규소로 불리는 이 원소는 1822년 스웨덴 화학자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를 기반으로 한 고분자 화합물인 실리콘(silicone)은 우수한 접착력과 생체 적합성을 지녔다. 물론 자외선과 극한의 온도 및 노화에 대한 높은 내성을 갖춘 덕분에 오늘날 건축, 운송, 통신, 전자제품, 소비재, 개인위생용품, 의료용품 등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4년 미국 다우케미칼(현 다우)과 코닝글래스워크스(현 코닝)사 합작회사인 다우코닝이 최초의 실리콘 공장을 가동한 이래 여러 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했다. 전자, 자동차, 건설, 뷰티케어 등 다방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첨단기술 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사회에서 실리콘은 단순한 화학 소재를 넘어 최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지속된 실리콘 기술 혁신은 각종 산업을 재정의하고 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세계 실리콘 시장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연 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3D프린팅은 실리콘 산업이 주목하는 분야의 하나다. 디지털 생산 혁신으로 꼽히는 3D프린팅은 전통 제조 방식보다 훨씬 가성비와 능률이 높으며, 정밀한 기술을 가능케 한다. 이에 따라 의료, 항공, 자동차, 건축, 스마트 로봇 및 소비재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 응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실리콘을 사용하는 3D프린팅은 신속한 모델링, 소규모 배치 생산, 주문 생산 제작 및 자동 생산의 니즈를 더욱더 잘 충족시킨다. 또 설계 유연성 향상, 개발 시간 단축, 재료 절감, 소비자 맞춤 요구 사항을 실현한다.
올해 다우는 덴마크 신발 회사인 에코(ECCO)와 손을 잡고 고객 취향에 따라 손쉽게 맞춤 제작이 가능한 실리콘 탄성 중합체 소재의 신발 중창을 개발하기도 했다. 고객은 가게에 위치한 스캐닝 장비를 통해 즉석에서 바로 본인의 발에 맞는 신발을 구입할 수 있다. 과거에 상상만 하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세대(5G) 통신망 및 사물인터넷(IoT) 분야도 떠오르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5G 시대 도래와 함께 소비자 전자 제품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휴대전화, 컴퓨터, 스마트 하드웨어(HW), 통신 기지국, 자율 운행차량과 같은 IoT 장비에 사용되는 소재에 대한 요구 사항은 한층 더 높아졌다.
이 시장에서 실리콘 제품은 광학 점착, 몰딩 접착, 열 방출, 전극 보호, 전자파 간섭 차폐와 같은 기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를 통해 성능, 가공성, 지속 가능성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궁극으로 기타 산업의 자재 공급 구조 및 비용 최적화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실리콘 사용은 최근 큰 화두다. 차량 연비 개선 및 수명 연장을 위해 자동차 기업들은 경량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결과 실리콘이 기존 물질을 대체하고 있다. 실리콘의 높은 열 안정성과 온도 내성은 신 에너지 차량 제조사 및 배터리 제조사가 열 관리 시스템과 관련해 직면하는 주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순간 접착제, 실리콘 고무 패브릭 코팅용 조인트 실란트, 열 공간 충진재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제품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구 증가와 고령화, 기후변화 및 재생에너지, 보건, 안전 등에 대한 니즈에 따라 다양한 도전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유리와 플라스틱의 장점을 합친 실리콘은 세계에서 기능이 가장 다양한 소재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리콘 제품 및 기술의 지속된 혁신은 인류의 삶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의 가치 사슬을 재구성하고 공급망 비용을 줄이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우종 한국다우케미칼㈜ 대표이사 WARyu@d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