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은행 창구에서도 체크카드 하나로 여러 은행 계좌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창구 직원이 고객 신분증을 받아 타행 계좌를 조회하거나 이체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지점 통·폐합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부터 시행될 오프라인 오픈뱅킹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나왔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핀테크기업 '핀크'는 체크카드를 전 은행 계좌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계좌 연동 체크카드를 1분기에 출시한다.
현재 은행에선 자사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만 발급해 준다. 소비자가 주거래 은행 계좌가 3개면 체크카드 3개 이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은행 계좌로 월급을 받고 B은행 체크카드를 사용할 경우 월급날마다 A은행에 들어온 월급을 B은행으로 옮겨야 한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자사 체크카드에 여러 은행 계좌를 연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연동 가능한 계좌 수에는 제한이 없다. 체크카드 한 장으로 여러 은행 계좌를 연동, 현금자동화기기(ATM)에서 자유롭게 출금도 가능하다. 여러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지갑 속에선 하나의 체크카드만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프라인 오픈뱅킹 적용을 두고 은행 간 협의가 필요하다. 오픈뱅킹 업무 규약에 '오픈뱅킹은 비대면으로만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어서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또 100만원 이상 입금된 계좌를 30분 동안 동결시키는 ATM 지연 인출 제도에 대한 은행 간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ATM 30분 지연 인출제도를 오픈뱅킹에 적용하기 위해 은행 간 정보를 주고받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표준화된 규정에 의해 오픈뱅킹 망을 통한 공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핀크도 신한카드와 손잡고 전 은행 계좌를 연결, 다계좌 연동 가능한 체크카드를 1분기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핀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체크카드에 연동 가능한 계좌를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핀크는 주거래 은행, 교육비, 생활비 등 각 용도에 따라 여러 체크카드를 쓰는 사용자가 하나의 카드로 여러 계좌를 연동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체크카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품”이라면서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고 주거래 은행 개념이 사라지면서 혜택 좋은 뱅킹 앱으로 이동하는 '금융 노마드'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또 고객이 시중은행을 방문하면 본인 동의 아래 직원 단말기로 다른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조회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다.
모바일 뱅킹 등의 이용이 어려운 고객이 은행점포 방문 시 사전 동의를 거쳐 오프라인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A은행 지점밖에 없는 마을에 사는 B은행 고령층 고객이 A은행 지점에서 B은행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다. 즉 여러 은행의 계좌를 한 은행 지점 창구에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오프라인 지점에 오픈뱅킹이 적용되면 지점 통폐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지점에서 오픈뱅킹 적용에 대한 부분은 제2금융권 참여 등을 포함한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은행권에서 공동으로 시작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