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 본격화…조원태 모친과 말다툼 '소동'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남매의 난'이 본격화 됐다. 조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총수 일가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 조 전 부사장이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선제공격에 나선 것에 대해 이 고문과 대화하는 과정에서다.

조 회장은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이번 조 전 부사장의 '반기'를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소리를 높이며 이 고문과 말다툼을 벌이던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깨지고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총수 일가는 올해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조 전무의 지분은 6.47%, 이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여기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17.29%로 사실상 최대주주이고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6.28% 등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반기'가 이 고문과 교감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입장을 내기 전 가족과 협의한 바는 없다고 했지만 최근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으며 사이가 돈독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오너일가 내홍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대외적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공개한 것은 그룹 총수인 조 회장의 리더십을 흔들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갈등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무산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는데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 물러났다가 작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보름여만인 작년 4월 여동생인 조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져 경영 복귀는 무산됐다.

최근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그룹 수장에 오른 지 7개월 만에 첫 임원인사를 단행했지만, 조 전 부사장을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최근 뉴욕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 “지금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사업에 대해 “이익 안 나면 버리려 한다”며 구조조정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