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신라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이미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사업 구상에 들어간 경쟁사들과 달리 인적쇄신의 시기가 뒤로 늦춰지면서 새해 경영 수립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2020년도 정기임원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매년 12월 중순에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그룹 관계사인 삼성의 인사가 지연됨에 따라 인사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호텔신라 인사는 2016년까지 삼성그룹 통합 인사로 진행되다 2017년 계열사별로 나뉜 이후에는 삼성전자 이후에 발표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작년에도 삼성 인사 나흘 뒤에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2017년에도 삼성 인사 이후로 시기를 맞췄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 연말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호텔신라까지 덩달아 인사가 뒤로 밀렸다.
인사·조직개편이 늦어지면서 호텔신라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해 면세사업부에서만 5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하며 빠르게 사업 구상에 나섰던 것과 달리 올해는 외부 변수로 인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롯데나 신세계디에프·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경쟁사들이 새 진용을 갖추고 내년도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호텔롯데는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던 김현식 전무를 신임대표로 내정하며 변화를 꾀했고, 신세계디에프는 손영식 대표가 자리를 지키며 조직 안정에 초점을 뒀다.
특히 호텔신라 입장에서 2020년은 중요한 해다. 당장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입찰공고 예정인 5개 구역의 연매출만 1조원을 웃돈다.
특히 신라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이라 이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2015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호텔신라 TR부문 사장으로 신규 선임되며 4년간 이부진 사장을 보좌해온 한인규 사장의 거취는 아직 미지수다.
임기만료까지는 1년이 남았지만 인적쇄신 차원에서 회사 면세사업을 총괄해온 한 사장이 물러날 경우 내년도 사업 구상에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2월엔 첫 해외호텔인 '신라모노그램 다낭' 오픈이 예정돼 있고 이 사장의 숙원 사업이던 한옥호텔도 내년에 첫 삽을 뜬다. 올해 인수한 미국 '쓰리식스티'와 마카오 국제공항 등 신규 사업장 안정화 과제도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내년 호텔과 면세점 신규 사업 등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뤄진 임원인사로 인해 사업구상에 차지을 빚고 있다”면서 “조직개편 전까지 당분간 보수적인 움직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