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계 활력을 찾아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작심 발언을 했다. 최근 가진 송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다. 박 회장은 이날 20대 국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 한 해 본인이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울컥했다는 후문이다. 법제도 개선을 위해 여의도를 16회 찾았지만 결과는 가시 성과가 없었다는 자평이다.

이 간담회에서는 꽉 막힌 한국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미국·중국·동남아 국가들이 혁신 성장을 구현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기업은 성장절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 구조 장벽이 너무 공고해서 우리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세대간 충돌도 우려했다. 20∼30대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 공단의 굴뚝 연기는 사그라지고 있다. 공장의 해외 이전도 가속된다. 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 여파로 일감마저 줄었다. 공장 컨베이버 벨트는 서서히 멈춰 서고 있다. 자영업의 현실도 심각하다. 폐업 상점 물건을 처리해 주는 위탁기업이 호황을 맞는 게 현실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전통 산업과 혁신 산업 간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새해 4월에는 총선도 기다린다. 새로운 시대의 한국을 이끌어 갈 정치 지도자가 많이 뽑혀야 한다. 20대 국회는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일부 지도부를 제외하면 전임 국회에 비해 활동이 미약했다. 국회의 소극적 의정 활동이 만연했다.

과학과 기술 발전은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 입법부와 행정부는 이 같은 변화를 애써 외면했다. “기득권 장벽이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됐다”는 박 회장의 말은 2019년 한국 사회를 대변한다. 경자년 새해에는 우리 산업계가 활력을 찾아서 역동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