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가 기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분 합작사인 롯데쇼핑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불매운동 여파로 배당 수익마저 줄면서 한때 효자 노릇을 한 유니클로 사업이 계륵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 이사회는 2019년 3~8월 실적을 기준으로 한 2018년 하반기 회계연도에서 기말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배당금을 9.0% 늘린 것과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에프알엘코리아가 기말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2011년 배당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불매운동 영향이 없는 상반기에는 600억원을 중간 배당했다. 불매운동에 따른 실적 부진 여파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기간이 포함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업이익이 1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직전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32.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성적이다.
2018년 회계연도 기준 에프알엘코리아가 배당한 금액은 947억원이며, 지분 49.0%를 보유한 롯데쇼핑이 가져간 배당금은 464억원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544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말 배당금이 사라지면서 배당 수익도 반토막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선 든든한 수익원마저 줄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배당금 축소뿐만 아니라 지분법손익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 232억5300만원을 거두며 적자로 전환했다. 순이익에 계상되는 지분법손익이 악화된 탓이다. 지분 구조가 얽힌 에프알엘코리아 실적 하락이 가시화되면서 롯데쇼핑은 무려 21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거뒀다.
단가가 높은 겨울철 의류 판매 타격이 본격화된 4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는 연간 영업이익의 60% 이상이 4분기에 발생한다. 롯데쇼핑 4분기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짙어졌다.
지분법이익 감소에 배당금 축소까지 더해져 롯데쇼핑이 보유한 유니클로 지분 49%의 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2005년 국내로 들여오며 가장 성공적 사업 모델로 평가받던 유니클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니클로는 탄탄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배당 성향을 꾸준히 늘려 왔지만 올해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다 국부 유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추가 배당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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