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주업체 '경영난'...가격인상 도미노

지역 소주업체 '경영난'...가격인상 도미노

지난해 전국구 소주업체의 가격 인상에도 가격 동결을 선언했던 지역 소주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이 시작됐다. 지역민의 부담을 나누고 경쟁업체의 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고 경영부담이 가중되자 결국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경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소주업체 무학은 이르면 다음주 '좋은데이' 등 주력 제품 출고가를 약 6% 인상할 계획이다. 무학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출고가를 인상할 당시 서민 부담과 지역 경제 여건을 들어 가격 동결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한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지역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해오고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인한 주류 소비가 크게 줄자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역 소주 업체의 가격 인상 포문은 대구·경북을 지역기반으로 금복주가 열였다. 금복주는 지난해 9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와 한라산소주의 출고가 인상에도 동결을 선언했던 지방소주 업체 가운데 최초로 주력 제품 출고가를 평균 6.45% 인상했다. 이어 대전·충청권을 지역 기반으로 한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2일 출고가를 6.4% 인상했다.

보해양조는 출고가를 동결시키는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12월 주력 제품 '잎새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8도에서 17.3도로 0.5도 내렸다.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어 만드는 특성 상 도수가 내려갈 경우 주정값이 크게 절감되는 만큼 보해양조는 출고가 인하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춰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지역 소주업체의 연이은 가격 인상 행렬에 부산을 지역기반으로 한 대선주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격 동결을 선언할 경우 경쟁 업체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대내외적 여건, 음주문화 변화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가격 동결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기대한 반사이익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전국의 병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8.2% 감소하면서 소주 소비가 크게 줄었다. 반면 인건비나 원재료 가격 등은 꾸준히 올라 지역 소주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보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