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새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0곳에 총 120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120억~13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에서 독자 브랜드로 대규모 충전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전국 20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급속 충전소 '하이차저(Hi-Charger)'를 구축하기 위해 이달 중에 전기차 충전서비스 구축·운영 업체를 선정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달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은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휴게소 당 350㎾급 초급속 충전기 6개씩 총 120개를 입찰에 붙일 예정이다. 초급속 충전기 가격과 공사비를 포함하면 최소 120억~1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충전소는 현대차를 포함해 기아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고객은 물론 다른 전기차 브랜드 고객에게도 개방할 방침이다. 자체 구축한 충전소를 자사 고객만 이용하도록 한 테슬라와 포르쉐와는 상반된 전략이다.
하이차저는 현대차가 만든 독자 충전 브랜드지만,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통합 브랜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차 충전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은 후 10여 곳 휴게소에 충전소 부지를 이미 확보했다. 올 하반기까지 20개 휴게소에 초급속 충전소를 완공한 뒤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하이차저'가 들어설 휴게소는 여주·안성·함안·하남 등이다.
현대차그룹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충전 거점으로 확보하면서 국내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350㎾급 충전기를 이용하면 10분 충전으로 최소 200㎞ 이상이 주행이 가능해진다. 전국에 가장 많은 초급속(120㎾) 충전기를 구축한 테슬라의 '슈퍼차저'도 아직까지 고속도로 휴게소를 충전 거점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향후 신형 전기차의 충전속도가 300㎾급 이상으로 빨라지기 때문에 국내 충전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고자 초급속 충전시설을 확대한다”며 “안정된 충전 서비스를 위해 구축과 운영 전문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무빙형 초급속(350㎾급) 충전시스템을 '현대 모터 스튜디오 고양'에 구축했다. 이르면 다음 달 SK그룹과 함께 서울 강동구 길동에도 '하이차저'를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