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법인, 투자은행(IB) 대출 대상에서 제외될 듯

은성수 금융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이 투자은행(IB)의 대출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과 벤처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오후 금융투자산업 CEO 간담회에서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IB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있다”면서 “벤처·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제공된 규모가 상당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간담회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간담회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IB제도 취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필요한 자금조달 구조를 설계하고 주선할 수 있는 증권회사를 육성하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증권사는 SPC에 5조원 이상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면서 “혁신기업 발굴과 자본시장 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할 IB 영업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IB의 신용공여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대형IB, 중기특화증권사 등의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영업이 활성화돼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자본시장에 보다 많은 자금이 투자되도록 업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투자업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해외주식 직접거래대금(매수+매도)이 작년 39조원에 달한다”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과 금융상품에 더욱 매력을 느끼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저금리 시대에 갈수록 커지는 중위험·중수익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투자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모펀드발 악재를 겪은 만큼 내부통제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은 위원장은 “최근 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중단, 해외부동산 투자 등 사모펀드 관련 이슈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사모펀드가 질적으로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권에서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혁신과제의 조속한 법제화와 자본규제 개선, IB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자산운용사의 동남아 진출 지원, 모험자본 공급자인 전문사모 운용사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비해 불리한 펀드세제 개선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