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작이 반'…데이터경제 실현 마중물 확보

'시작이 반이다.'

9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소식을 접한 산업계 반응이다. 이날 법안 처리로 가명정보 개념 도입 등 데이터 활용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 하위법령 개정 등 법·제도 정비와 데이터산업 성장을 위한 산업계 노력은 앞으로의 과제다.

가명정보는 특정인 식별이 안 되도록 재가공한 정보다. 가명정보를 활용, 데이터 기반 새로운 서비스·산업 개발과 솔루션·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가공도 용이해진다. 정해진 장소에서 데이터를 가공해야 한다는 제약은 있지만 가용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평가 기준에도 부합,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업계는 데이터 3법 개정안 발의 1년여 만에 '지각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데이터경제 실현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데이터 3법 통과는 데이터경제 실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며 “미국·중국 등 데이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출발선상에 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데이터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만큼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마련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해외사례 참고는 물론 업계 의견을 두루 수렴해 최상의 정책을 수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명정보 활용한 신사업·서비스 가능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 일정 규칙 알고리즘을 적용, 암호화해 개인정보를 대체하거나 사전에 정해진 외부 항목 값과 연계해 교환하는 방식으로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은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폭넓은 데이터 활용에 기반해 통계 작성은 물론 특정 연령대·계층 등을 겨냥한 기업 맞춤형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다. 성별·세대·연령 등 계층별 맞춤형 서비스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에서 기업 간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 통신·금융·유통 등 서로 다른 분야 데이터 결합으로 빅데이터 분석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다소 모호했던 개인정보 판단 기준도 정리했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정의가 모호하게 규정됐다는 지적을 감안해 적용범위를 보다 명확히 정의했다. 다른 정보 입수 가능성, 개인 식별에 소요되는 시간·비용·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한다.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익명화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개인정보보호 권리도 강화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가명정보 처리 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각종 조치를 해야 한다. 특정 개인을 알아볼 목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어길 경우 연간 매출액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법에 명시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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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바우처·빅데이터 플랫폼 탄력

정부가 지난해 데이터경제 실현을 위해 지원한 데이터바우처, 빅데이터 플랫폼·센터 구축, 마이데이터 등 마중물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바우처는 수요·공급·가공 기업에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내 데이터 유통과 거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해 본격화됐다.

빅데이터 플랫폼·센터 사업은 데이터 생산과 수집·분석·유통 등을 담당한다. 금융·통신 등 10개 분야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반이 된다.

마이데이터를 포함해 이들 사업은 올해에도 데이터 관련 주요 지원사업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데이터 3법과 함께 데이터 관련 사업으로 연간 수천억원 매출을 올릴 기업 탄생 토대가 된다. 지난해 상반기 데이터 기업 다수는 데이터바우처 등 정부 지원정책에 힘입어 긍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 기업이 연간 1조~2조원 매출을 올렸다.

부동산 거래 공공DB와 재무담보 민간DB를 가공·분석해 부동산 관련 맞춤형 서비스를 판매하는 코어로직과 데이터 가공으로 금융·유통회사 등에 적합한 광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시엄이 대표적이다. 데이터 3법 통과로 국내에서도 데이터산업 성장 가능성은 확대됐다.

관계 부처는 법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작업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부 조직 이관과 개편도 준비해야 한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하위 법령과 관련 지침 개정 등 후속 작업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개정안 통과로 EU GDPR 적정성 평가 절차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면 별도 요건 없이 EU 시민 개인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다. EU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U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 적정성 관련 초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