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국종성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북극진동과 관련된 남동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산불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진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박사(현 영국 에딘버러 박사후연구원), 정수종 서울대 교수, 박호택 일본 해양과학기술기구(JAMSTEC) 박사, 가브리엘라 셰만 스트로브 스위스 취리히 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시베리아·알래스카·북유럽 등지에는 땅 속이 2년 내내 얼어있는 영구동토층이 널리 분포해있다. 이는 북반구 육지면적의 24%에 해당한다. 1만1000년 전 마지막 빙하시대 끝 무렵 생겨난 영구동토층에는 고대 동물 뼈나 식물 뿌리 등 5000억톤의 탄소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 지역의 탄소배출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배출만큼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지역이다.
연구팀은 남동 시베리아 지역 영구동토층에서 일어난 산불을 통해 산불과 기후상태 변화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 주변을 에워싼 대기 장벽이 깨짐과 동시에 시베리아지역 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겨울 온도를 높여 눈을 평소보다 빨리 녹여 지면이 건조해지면서 산불을 더욱 확산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극 지역 중에서 산불이 가장 빈번한 남동 시베리아는 대규모 대기 조건을 분석하자 일 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철(4~5월)보다 1~2개월 전 북극진동이 일어날 때 산불로 인한 연소 면적이 더 넓다는 결과를 얻었다.
더욱 큰 문제는 영구동토층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더 많은 탄소를 방출시키고, 대기 중 탄소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북극 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사실이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상승하면 앞선 결과처럼 지면이 건조해져 산불이 또 다시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또 이 지역의 산불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중 에어로졸의 중요한 배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후에 급격히 증가한 에어로졸이 편서풍을 타고 캐나다 대기질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동안 북극진동이 시베리아 산불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원리를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는 겨울철 북극진동의 활동성 여부로 봄철 산불 확산 여부를 예측할 수 있어 산불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종성 교수는 “시베리아의 동토 지역은 기후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산불이 임의로 발생하기보다는 기후요소에 의해서 조절되고, 이를 통해 산불을 예측할 수 있다”며 “최근 남동 시베리아지역은 온난화로 인하여 눈이 더 빠르게 녹고 있어 대규모 탄소 방출 및 지구온난화를 가속화를 막기 위해 적절한 산불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