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경북 규제자유특구에 1000억 투자…문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 규제혁신 가속"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이 열린 포항실내체육관에서 투자협약식을 끝낸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덕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이 열린 포항실내체육관에서 투자협약식을 끝낸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덕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연합뉴스>

GS건설이 경북 규제자유특구에 전기차 배터리리사이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해 3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한다. 정부가 지정한 14개 규제자유특구 가운데 대기업 투자 첫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을 찾아 규제 혁신을 통한 미래 신산업 창출에 힘을 보탰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기업의 특구 투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9일 경북 규제자유특구에서 열린 GS건설, 경북도, 포항시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제조시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이라면서 “생산에서 처리까지도 중요하다”며 신규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투자이며, 대기업으로서도 최초”라면서 “앞으로 규제 혁신에 속도를 더욱더 내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규제자유특구 방문은 처음이다.

전기차 배터리 팩 구조
전기차 배터리 팩 구조

정부는 미래 신산업에 대한 규제 없이 기술을 실증하고 사업화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지난해 4월 도입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받았고, 포항시는 사업 부지 제공 등 특별 지원을 통해 GS건설 투자를 유치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관련 법령 및 기준이 없어 시장 진출을 하지 못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에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GS건설 투자도 전격 이뤄졌다.

GS건설은 향후 3년 동안 포항 영일만 4산업단지 일대 3만6000평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 토지 매입에 180억원,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 건설에 300억원, 기계설비 구축에 52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중소·중견기업 간 상생 생태계도 갖췄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 생산 업체인 에코프로지이엠 등 5개 중소기업이 사용 후 배터리 수집·해체, 광물질 분쇄 등 기초 작업을 맡는다. GS건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이들 기업으로부터 수집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귀금속을 분류·정제한다. 2022년 가동이 목표다. 가동 이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연간 8000억원의 직간접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 시장의 5.7%에 이르는 수치다.

정부는 향후 14개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물꼬를 트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그동안 규제에 막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지 못한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지역 혁신 성장을 견인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과 관련해 사업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 쓴 전기차용 배터리는 출력이 일정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지만 배터리팩과 모듈, 4대 핵심 소재를 분해해서 금속 소재를 재활용하는 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GS건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후 포스코 스마트공장도 방문했다. 국내 중소기업, 대학과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최첨단 고로를 시찰했다. 이보다 앞서 3년 동안 IBM 왓슨팀이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박 장관은 “20~30년 경력의 현장 전문가들 직관력을 데이터화하면서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 AI 기반의 고로 관리를 통해 고로 한 곳에서 40억원 정도의 원가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과 맥킨지컴퍼니는 2019년 7월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AI 기술을 도입해 제조 혁신을 이룩한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쇳물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며 혁신 노하우를 관련 중소기업과 공유·확산시켜 나갈 것을 당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공동취재 안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