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고객 불만 AI 자동분석...경영 밑거름으로 쓴다

롯데백화점에서 개발한 고객 불만 분석시스템 VOC 데이터 랩
롯데백화점에서 개발한 고객 불만 분석시스템 VOC 데이터 랩

“고객과 지속 공감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고객 교감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고객 컴플레인을 정형화하는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다. 고객의 소리(VOC)에 쌓인 데이터를 유의미한 형태로 변환해 내부 경영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고객 컴플레인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현업에 활용하는 'VOC 데이터 랩'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이달 내 전 직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정제해 경영에 활용하는 것은 백화점 중 롯데가 처음이다.

해당 시스템은 시각 기법을 활용해 데이터를 직관화했다. 위험어 감지와 신규 불만 접수 알림 기능을 탑재해 업무 활용도를 높였다. 중복 접수된 고객 불만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처럼 표현된다. PC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해 현장 직원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시스템은 고객 불만글의 핵심과 의도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글에서 나타나는 여러 의미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현장 업무 개선에 필요한 메시지를 추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백화점 VOC 시스템에는 전국 점포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불만과 제안 등 연간 2만건 이상 글이 등록된다. 그러나 텍스트 형태로 저장된 민원 대부분이 형식과 내용이 제각각인 비정형 데이터로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롯데는 불만 유형 세분화에 따른 고객 서비스 강화와 고객 잠재 니즈 확보를 통한 영업·마케팅 고도화에 중점을 두고 1년 넘게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2018년 말부터 AI기반 빅데이터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와 협업해 수만건 고객 글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유통업과 통계학, AI·빅데이터에 특화된 직원 5~6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별도로 꾸렸다.

해당 팀은 고객이 남긴 민원글을 분석하는 텍스트 분석(TA) 기술을 통해 고객 반응과 관심사를 유관부서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VOC 분석 시스템 도입으로 감정지수 평가, 핵심 키워드 추출, 의미연결, 중요도 계산, 시각적 공유, 통합검색 등 모든 과정을 AI가 대체하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기존 VOC시스템은 고객 불만을 분류하려 해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고 관리자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있었다”면서 “상담 창구에서 처리하고 방치됐던 수만 개 컴플레인이 이번 시스템을 통해 비즈니스 가치가 있는 데이터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VOC 데이터 랩'을 통해 현장 업무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개인 취향이 반영된 의견이나 경쟁사와 비교 등 단순 상담 처리 후 방치했던 데이터가 영업·마케팅·상품기획 등 다양한 부서에서 미래전략을 구축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기대다.

김근수 롯데백화점 AI팀장은 “과거에는 크게 활용되지 않았던 데이터도 AI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처리기술의 혁신으로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 흔적을 데이터화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