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온 유턴기업, 4곳째 폐업...“실효성 있는 대책 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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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투자 및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했던 '유턴기업' 4곳이 지난달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폐업한 곳도 나와 실효성 있는 유턴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실질적으로 국내 고용을 증진하기 위해 파급력이 큰 대기업 유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파워이앤지·더피쉬·케이씨텍·패션체인 등 4곳 기업의 유턴기업 선정을 취소했다. 이들 기업의 국내 사업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폐업한 4곳은 2014년과 2015년, 지난해 유턴기업으로 선정됐었다. 짧게는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지 1년도 채 안 돼 폐업 수순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2014년에서 지난해까지 우리 정부가 유치한 유턴기업은 68곳에서 64곳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지만 국내 사업 환경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복귀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인 것도 생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에서 유턴기업이 생존할 수 있게 장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국내로 유턴하면 곧바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등 기업이 유턴하더라도 여전히 국내에서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유턴기업이 해외사업을 하던 기업이고 중소기업이다 보니 국내 인프라가 없다”면서 “(정부에서는) 3~5년 한정적으로 유턴기업을 지원하며, 국내 기업이 유턴 후 수익이 나기전부터 법인세를 부과해야 하는 등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오는 3월 시행예정인 유턴법 개정안과 관련한 법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턴기업 인정범위 등 확대방안을 담은 '유턴기업 유치 촉진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수도권을 포함한 산단 내 중소·중견기업 유턴기업 전용 임대단지 조성 등 기업 유치 강화방안을 담는다. 지난해 한경연에서 주장한 유턴기업 인정범위 확대와 지원 강화 방안을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유턴기업 인정 범위에 아웃소싱을 포함하는 방안 등은 정책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턴기업 인정요건에 아웃소싱을 포함한) 미국은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따로 펴는 것이 아니고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아웃소싱을 유턴기업 범위에 포함해 통계 실적을 발표하면 좋겠지만, 유턴기업 지원체계가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아웃소싱까지 포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대만 등 제조업 유치경쟁을 벌이는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파급력 있는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향력 있는 대기업 유턴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4년에서 지난해까지 국내 유턴기업 64곳 중 중소기업이 58곳, 중견기업 5곳, 대기업 1곳이다.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유턴기업 지원 정책의 파급력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미중 보호무역 때문에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있고, 비용 부담이 있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며 “정책을 더 부각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 유턴기업 유치로 고용이 확대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유턴을 했을 때 고용이 들어오는 형태의 유턴인지가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 환경을 일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