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배임 항소심 '무죄'…"고의 인정 안돼"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계열사 '파리크라상' 상표권 지분을 아내에게 넘겨 회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결심 공판에서 허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허 회장의 부인 이씨는 파리크라상 사업 창시자로서 관련 상표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했으며 회사 이익을 위해 상표권 지분을 이전했다”면서 “이씨와 회사가 장기간 권리변동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은 이씨에게 상표권이 귀속됐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2012년 검찰은 피해 회사가 이씨로부터 상표사용료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는 취지로 판단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면서 “허 회장과 임직원은 불기소 결정에 대해 이씨가 상표권을 단독으로 소유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분권을 포기하는 대신 사용계약을 체결해 사용료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당시 회사가 처해있던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허 회장 등이 배임의 고의를 갖고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2012년 파리크라상과 부인 이씨가 함께 소유하던 파리크라상 상표권 회사 지분을 이씨에게 넘기게 한 뒤, 2015년까지 상표권 사용료 총 213억원을 부인 이씨에게 지급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상표권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상표권 지분을 포기하게 했다”며 “사용료까지 포함해 상표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허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당시 허 회장은 최종변론에서 “지금까지 명예와 신의를 지키면서 오직 회사를 키우는 데만 전력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게 잘 보살펴 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허 회장과 함께 고발된 부인 이씨는 213억원과 상표권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모두 돌려준 점, 고발인 측에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이 참작돼 기소유예 처분됐다.

한편 무죄 선고 후 허 회장은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과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재판장을 떠났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