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캔 1만원' 할인 행사로 점유율을 높여왔던 수입맥주가 재고떨이에 나섰다. 종량세 전환에 따른 세금 정책 변화, 판매 부진 등의 영향이다.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만큼 향후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저가 수입맥주의 위축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중국 화윤설화맥주가 지난해 5월 국내 출시한 '슈퍼엑스'와 하이네켄코리아가 지난해 6월 수입한 인도네시아 맥주 '빈땅 라들러'를 500㎖ 1캔 당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4캔 1만원', '5캔 1만원', '8캔 1만5000원' 등 일정 수량 구매시 할인 판매를 해오던 것과 달리 낱개 구매시에도 1000원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가 자체를 낮춰 판매하는 것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떨이가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맥주의 경우 품질 유지기한은 1년이다. 수입 당시 물량이 판매되지 않고 재고가 쌓이자 품질 유지기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1000원 판매라는 고육직책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이들 맥주의 생산일은 작년 4월과 5월로 품질 유지기한을 약 3~4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다.
주류는 출고가 이하 판매가 불법이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해당 제품들의 개별 신고가를 알 수 없지만 통관 당시 '품질 유지기한이 임박할 경우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넣어 이같은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국산맥주도 수입맥주처럼 500㎖ 캔맥주 4개 1만원 이하 가격 판매가 가능해지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수입맥주가 더 큰 할인으로 판매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지난해 7월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며 판매가 지지부진한 일본 맥주도 판매가 조정에 나섰다. 과거 1캔 구매시 3000~4000원대 가격이었지만 '4캔 1만원' 할인 행사를 진행했던 일본 맥주들이 판매가 자체를 낮춘 것이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500㎖캔과 330㎖ 병의 경우 2000원, 아사히 드라이 블랙과 기린이치방, 삿뽀로 등은 2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인기에 무차별적 한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들의 퇴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