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 최상위 의사결정기구 '통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출범 두 해를 맞았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능을 흡수, 과학기술 예산 배분과 주요 정책 심의에 과기계 목소리인 '자문'이 반영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반면에 한계와 보완점도 드러났다. 과기 핵심 정책 안건 논의가 다른 회의체에서 이뤄지고 대통령, 당연직인 부처 장관 참여가 저조해 위상이 약화됐다.
정부가 과기자문회의 위상 강화, 내실화를 골자로 한 개선방안 수립에 나선 배경이다. 과기자문회의, 과기관계장관회의 간 연계 심의·의결 체계를 구축하고 심의회 운영에 내실을 더한다는 복안이다.
◇과기 자문·심의 통합, 개선점 드러나
2018년 4월 과기심의회 기능이 과기자문회의로 흡수, 통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출범했다.
앞선 정부가 과기 심의·의결 기구, 대통령 자문 기구를 별도 운영한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두 기능을 통합, 단일 회의체로 재편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권한이 약화된 반면에 자문기구인 과기자문회의가 주요 의사 결정을 하며 거버넌스 재조정 필요성이 대두된 게 통합 배경이다.
정부는 대통령을 과기자문회의 의장, 민간 인사에 부의장직을 맡기고 자문·심의회의를 모두 관할하게 했다. 과기 컨트롤타워로 위상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계획, 예산 심의 등 주요 정책 결정에 민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다.
통합 과기자문회의는 자문회의, 심의회의와 신설한 전원회의로 구성됐다. 심의회의는 의장·부의장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이뤄졌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교육부·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통령실 과학기술보좌관(간사위원) 등 7인으로 구성했다. 종전 15명에서 축소한 것으로 이 또한 민간 자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통합 자문회의 기대 효과로 △연구 현장 의견, R&D 예산 배분 등 주요 정책 심의에 반영 △단일 의장, 부의장 체제로 인한 자문·심의 연계성 제고 등을 제시했고 일정 부분 실현됐다.
과기자문회의는 2년간 현 정부 과기 분야 핵심 국정 철학 '연구자 중심 환경' 조성을 위한 R&D 시스템 혁신을 주도했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 기초연구비 증액, 연구비 관리 체계 개선 등에 속도를 냈다.
반면 한계와 개선점도 뚜렷이 드러냈다. 과기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이자 컨트롤타워 위상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인공지능(AI), 미세먼지,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등 국민 관심도가 높은 현안 정책 과제는 과기관계장관회의로 집중됐다. 과기자문회의는 이견이 없는 법정계획 의결 기구로 역할이 제한됐다.
이는 과기자문회의 구조와 무관치 않다. 과거 정부에서 심의회의는 부처 장관이 부의장을 맡고 과기 정책 논의 틀 역할을 했다. 지금은 민간 부의장이 심의회 수장, 일부 부처 장관이 위원직을 맡는다. 과기 정책 관련 범부처 논의 틀이 과기관계장관회의로 옮겨간 원인을 이 구조에서 찾는 시선이 많다.
과기계 관계자는 “정책 현안, 범부처 협력 과제 등 굵직한 과제를 민간 위원장 산하 심의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측면도 있다”면서 “정책 관련 주요 의제가 장관회의체에서 다뤄지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당연직인 부처 장관의 회의 참여 빈도도 저조했다. 1회, 2회, 6회 회의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만 참석했다. 4회, 5회, 7회 때는 당연직 장관이 모두 불참했다. 안건이 과기관게장관회의와 명확하게 구분되면서 장관 참여 필요성이 떨어졌다. 의장인 대통령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7월 열린 첫 전원회의를 끝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직 또한 외형 확대에 실패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사무조직으로 설치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을 상근 파견된 전문위원, 부처파견공무원 위주로 구성했고 이후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심의·의결 체계 연계성 강화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양 기구가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과기관계장관회의 논의 안건을 심의회의가 최종 의결하는 방식이다. 과기관계장관회의 역할은 안건 논의, 협의까지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주 기능이다.
이는 통합 과기자문회의 출범 취지에도 부합한다. 과학 국정 전반에 민간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 구조가 마련된다. 과기 주요 정책이 관 주도로 수립되는 문제도 해결된다.
심의회의 효율성,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수립했다. 심의회의는 아래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법정안건은 운영위 내 10개 전문위가 검토한 뒤 심의회의에 오른다. 전문위가 사전 안건 검토를 사실상 전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심의위원 의견이 최종 심의·의결 과정에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안건 검토 과정에 심의위원이 참여하도록 했다. 안건 심의·의결에 앞서 전문위원, 심의위원 간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안건별 전담위원을 지정하고 전문위원회 사전 검토에 참여시키면서 심의 과정 효율성이 제고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심의회의가 실질적 과기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 발굴,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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