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갈등 등 중동지역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급등하면 국내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유가가 지금보다 10% 소폭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6일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중동발 리스크 고조로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 해외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했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 소비여력 축소로 수입에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원유 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 휘발유 비용부담 상승으로 세계경기 둔화도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후 대(對)이란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유예 조치를 종료하면서 우리나라와 이란 간 원화결제 시스템도 동결된 바 있다. 지난해 1~11월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수입은 전년대비 각각 88.6%, 47.8%씩 감소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중동 긴장 등에 따라 1월 들어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상승했으나 미국이 군사적 대응 대신 추가 경제제재 강화를 발표하면서 상승세가 완화됐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새로운 핵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고 전 세계 원유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간다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에서 10% 상승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3.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단가 상승, 산유국 재정개선, 해양플랜트 수주·인도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석유화학·철강제품·선박·자동차 등에서 유가 상승시 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13대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수출비중 52.2%)에서 유가·수출 간 정(+)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에 대한 유가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더 확대됐다. 유가영향 품목인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2000년 10.9%에서 2018년 16.0%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산유국 등 신흥국 수출이 50%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동 불안에 따른 실물경제 동향과 수출기업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국제유가 급등시 채산성 악화와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므로 수출시장·원유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수출 품목별 유가탄력성
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체 분석
<표>유가 상승시 업종별 수출 영향
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체 분석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