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별세에도 롯데 원톱 자리를 꿰찬 신동빈 회장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한일 경영진의 두터운 신임은 물론,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역시 신 회장 완승으로 사실상 종결됐다. 신 명예회장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고 '신동빈 시대'를 본격화한 롯데는 지주사 체제 완성과 호텔롯데 상장 등 남은 혁신작업에 가속을 붙일 전망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신 명예회장 롯데지주 지분율은 3.09%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롯데제과 4.48%,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 역시 0.44%에 불과하다. 분쟁을 초래할 만한 지분율은 아니라는 평가다.
반면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신 회장 지분구조는 안정적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신 회장 개인 지분도 크게 늘어났다.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신 회장 지분은 11.71%로 총수 일가 중 가장 많다. 신 전 부회장 지분은 0.2%에 그친다. 가족 일가가 상속 지분을 나눠갖는다고 해도 신 회장 지분에 크게 못 미친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지분 48.42%, 롯데케미칼 23.76%, 롯데칠성음료 26.54%, 롯데쇼핑 40.00%를 보유한 대주주다. 지주사 체제로 편입된 계열사 대부분이 신 회장 원 리더 형태로 움직인다. 국내는 물론 일본 주총에서 수차례 패한 신 전 부회장 복귀는 사실상 쉽지 않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한국 롯데 지분 97%도 이미 처분한 상태다.

신 명예회장을 따르던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도 신 회장에게 기울어진 상태다.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한 종업원지주회 등 의결권 과반수를 행사하는 '친(親) 신동빈' 세력 신뢰는 수차례 주총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신 회장도 롯데홀딩스 의결권 지분율을 4.47%까지 늘리면서 개인 최대주주로 자리잡았다.
남은 과제는 원롯데를 완성하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이다. 일본 롯데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 LSI→ L투자회사→ 호텔롯데로 이어진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자회사 군(群)인 일본 L1~12투자회사가 72.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돌아서면 신 회장 지배력도 위협받을 수 있다. 과거 과감한 인수합병(M&A) 등 경영 능력으로 지지기반을 확보한 만큼, 최근 그룹이 극심한 실적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이들의 구주 지분율을 희석시킨 다음,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 일본 영향력에서 벗어난다는 게 신 회장의 구상이다.
지난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인사 개편도 이뤄졌다. 신 회장은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을 롯데지주 대표로 불러들이고, 후임으로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을 선임했다. 올해는 호텔롯데 상장에 선결조건인 기업가치 극대화에 매진할 방침이다.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그룹 재정비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침체에 빠진 그룹을 정상화 시키고 그룹의 두 축인 쇼핑과 화학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또 신 명예회장의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을 기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사회적 활동 역시 지속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